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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시즌2 (시스템 폭력, 몰입감, 메시지)

드라마 고을 2026. 7.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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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걸 보다가 문득 멈칫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D.P. 시즌2를 보는 내내 그랬습니다. 초등학생 두 남매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들이 머지않아 군대에 간다는 것을 생각하니 영장을 받아들던 그 시절의 감각이 살아나며 마음 한켠이 꽤 복잡해졌습니다. 탈영병을 쫓는 추적극으로 시작했지만, 이번 시즌은 결국 '이 시스템을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훨씬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시스템 폭력 — D.P. 가 이번에 겨눈 것

    시즌1이 군대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개인 간의 폭력을 정면으로 다뤘다면, 시즌2는 그 폭력을 가능하게 만든 구조 자체를 묻습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계속 나오는데 정작 국가와 군 조직은 한 발 물러서 있다는 이 질문 — 저는 이게 시즌2가 가진 가장 큰 의미라고 봅니다.

    드라마 속에서 진실을 은폐하려는 수뇌부와 그에 묵묵히 동조하는 다수의 모습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책임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 현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책임 분산이란,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오히려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희석되어 아무도 나서지 않게 되는 현상입니다. '누군가 하겠지', '나 혼자 목소리 낸다고 뭐가 바뀌겠어'라는 체념이 쌓여 비극이 반복되는 구조 — 드라마는 그걸 굉장히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위계질서(hierarchy)라는 개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위계질서란 권한과 역할이 수직적으로 배열된 조직 구조를 말하는데, 군대처럼 이 구조가 강고한 집단에서는 평범한 사람도 쉽게 폭력의 방관자가 되어갑니다. 안준호와 한호열이 수뇌부의 은폐에 맞서는 과정을 보면서 제가 직접 느낀 건 —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은 그 무력함이 결코 드라마 속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폐쇄적 조직 문화(closed organizational culture)는 군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6년 지금도 많은 직장에서 겉으로는 투명성과 윤리 경영을 말하지만, 부서 실적이나 조직 안위를 핑계로 직장 내 괴롭힘이 묵인되는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즌2가 던지는 질문이 군대 밖에서도 유효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는 이 무거운 주제를 버텨주는 기둥이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역할의 배나라 씨가 공항에서 걸려 도망가는 장면의 표정 연기, GP 하사 역의 임성재 씨가 분대장 앞에서 긴장을 억누르며 가오 잡는 연기는 제가 직접 보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연기만큼은 정말 구멍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 책임 분산: 조직 내 다수가 동조할수록 개인의 책임감이 희석되어 폭력이 묵인되는 구조
    • 폐쇄적 위계질서: 수직적 권력 구조가 평범한 개인을 방관자로 만드는 메커니즘
    • 시스템적 책임 회피: 개인이 아닌 국가·조직이 비극을 방치할 때 발생하는 구조적 폭력
    • 배우 연기력: 배나라, 임성재 등 연기 앙상블이 메시지의 무게를 실질적으로 지탱

    한국 군대 내 가혹행위와 인권 문제에 관한 통계는 출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군 인권 침해 신고 건수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D.P. 가 픽션이지만 픽션으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요약: D.P. 시즌2는 개인 간 폭력을 넘어 '책임 분산'과 '폐쇄적 위계질서'라는 시스템적 문제를 겨누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그 무게를 충분히 받쳐줍니다.

    몰입감과 메시지 — 아쉬움과 울림 사이

    그런데 예상 밖이었던 것은 메시지가 이렇게 묵직한데, 정작 그 메시지에 도달하는 과정이 이렇게 삐걱거릴 줄은 몰랐습니다. 현실감 있는 연출이 시즌1의 가장 큰 무기였는데, 시즌2에서는 그 감각이 꽤 많이 희석됩니다.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의 문제라고 봅니다. 내러티브 구조란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방식, 즉 사건들이 어떤 순서와 밀도로 연결되는가를 뜻합니다. 시즌1은 탈영병 개개인의 사연을 밀도 있게 쌓아가며 감정을 축적했다면, 시즌2는 군 수뇌부와의 대립이라는 거시적 구도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그 섬세한 층위가 상당 부분 사라졌습니다. 평범한 병사들의 작은 비극이 주던 처절함 — 제 경험상 이게 줄어든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다대일 격투씬이나, 최종 보스를 만나러 가는 듯한 과한 연출은 장르적 쾌감을 위해 리얼리티(reality)를 희생한 선택처럼 보였습니다. 리얼리티, 즉 현실 재현의 밀도가 떨어지면 아무리 메시지가 훌륭해도 그 메시지가 시청자의 피부에 닿기 어려워집니다. 군 간부에게 일반 병사가 침을 뱉거나 담배를 던지는 장면은 — 의도는 이해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극의 울림을 스스로 희석시키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법정 신에서의 메시지는 달랐습니다. 죽은 장병의 누나가 등장하는 장면, 황장수가 일상으로 돌아가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장면 — 이런 순간들은 긴 호흡의 드라마가 줄 수 있는 여운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시즌1의 인물들이 시즌2와 연결되는 방식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의 시도는 의미 있었습니다.

    드라마 완성도를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흔히 서사 응집성(narrative coherence)이 거론됩니다. 서사 응집성이란 이야기의 각 요소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전체적인 의미를 강화하는가를 뜻합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시즌2는 후반부의 응집성은 높았지만, 중반까지 이를 쌓아가는 빌드업의 응집성이 고르지 않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마무리에서 실망을 줬다면, D.P. 시즌2는 역으로 마무리만 좋았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군 관련 드라마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서는 출처: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미디어의 군 인권 재현 문제를 꾸준히 논의해 왔습니다. D.P.처럼 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이 계속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는, 제가 보기에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요약: 시즌2는 내러티브 구조의 불균형과 과한 연출로 몰입감을 스스로 희석시켰지만, 마지막에 전달되는 메시지의 울림만큼은 충분히 묵직했습니다.

    D.P. 시즌2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 아니, 솔직히 중간 과정은 꽤 아쉬웠지만 — 마지막에 남은 그 질문만큼은 쉽게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몇 년 뒤 아들이 마주하게 될 조직과 시스템이 적어도 이 묵인의 사슬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기를 바란다면, 지금 우리가 일상의 부조리 앞에서 침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 드라마가 저한테 남긴 건 결국 그거였습니다.

    시즌1이 '방관자였던 우리'를 들춰냈다면, 시즌2는 '그럼에도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완성도의 아쉬움과 별개로, 이 질문을 꺼내는 드라마가 계속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시즌1을 인상 깊게 본 분이라면, 아쉬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끝까지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jcYmBH94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