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엔 '또 판타지 로맨스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도깨비(2016)를 보고 나서 며칠째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불멸의 저주를 받은 존재와 시한부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 나눈 약속의 무게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 죽음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흔하디흔한 요즘, 왜 이 작품만 유독 달리 느껴지는지 저 나름의 시선으로 풀어봤습니다.불멸과 저주가 공존하는 세계관, 어디서 왔나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먼저 압도됐던 건 배경 설정의 밀도였습니다. 고려 시대 무신(武臣)이었던 김신이 어린 왕 왕여의 질투와 간신 박중헌의 모함으로 역적으로 몰려 죽고, 900년 후 도깨비로 부활한다는 설정은 단순한 타임슬립이 아닙니다. 여기서 '도깨비'란 한국 민간 신앙 속 초자연적 존재를 드라마적으로 재해석한 ..
드라마를 보다가 화면을 멈추고 "이거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는 자백의 대가를 보면서 딱 그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살인 용의자인데도 차분하게 미소를 짓는 윤수의 첫 장면 하나로, 이 드라마가 얼마나 많은 것을 건드리려는지 직감했습니다. 전도연과 김고은이 만들어내는 심리전, 그리고 그 안에 촘촘히 숨겨진 법적·사회적 질문들. 단순한 수사물로 소비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꽤 오래 붙들고 분석하게 됐습니다.두 배우의 심리전, 화면 밖까지 팽팽하다드라마에서 심리전이 잘 됐다는 말은 흔하지만, 자백의 대가는 그 기준을 한 단계 올린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두 주인공의 대화 장면마다 무의식적으로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만큼 전도연이 연기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