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드라마인 줄 알았습니다. 제목도 포스터도 그렇게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1화를 틀고 나서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반항아 애순과 우직한 관식의 일생을 따라가는 16부작 드라마입니다. 제주 방언으로 '수고하셨습니다'를 뜻하는 이 제목이, 다 보고 나서야 비로소 가슴에 내려앉았습니다.1950년대 제주라는 배경, 이게 왜 지금인가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시대극(時代劇), 즉 특정 역사적 시기를 무대로 삼아 당대의 생활상과 정서를 재현하는 장르는 진입 장벽이 높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배경을 이해해야 인물이 보이고, 인물이 보여야 감정이 움직이니까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달랐습니다. 역사를 설명하려 들지 않고, 그냥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보여줬습니다.작품 ..
솔직히 처음 몇 화는 꽤 기대가 됐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라는 시대적 배경, 아버지의 회사를 지키려는 주인공, 그리고 빼곡하게 재현된 시대 소품들. 그런데 회차가 쌓일수록 뭔가 어긋나기 시작했고, 보다 보면 자꾸 다른 드라마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같은 시기 방영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였습니다. 두 드라마를 나란히 놓고 보니, 무엇이 한 작품을 살리고 다른 작품을 아쉽게 만드는지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IMF 시대고증, 분위기는 좋았는데 왜 몰입이 안 됐을까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데, '태풍상사'의 시대 재현은 분명히 공을 들인 티가 났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사태)라는 배경 자체가 워낙 강렬한 소재입니다. 여기서 외환위기란 국가가 보유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