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한 그릇이 폭군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저는 처음에는 그 전제 자체가 너무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매달 일본 자회사와 인사 데이터를 조율하며 보고서를 올리는 실무를 반복하다 보면, 변덕스러운 권력자 앞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주인공의 감각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폭군의 셰프'는 시대극의 외피를 입은 직장인 생존기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음식과 권력, 역사 변화에 대한 꽤 묵직한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폭군 앞의 생존 전략, 전문성은 무기가 된다프랑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 연지영은 세계 최고 권위의 요리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다음 날 교통사고로 조선 시대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인물은 다름 아닌 역사상 최악의 폭군으로 기록된 왕 이..
로맨스 드라마인 줄 알았습니다. 제목도 포스터도 그렇게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1화를 틀고 나서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반항아 애순과 우직한 관식의 일생을 따라가는 16부작 드라마입니다. 제주 방언으로 '수고하셨습니다'를 뜻하는 이 제목이, 다 보고 나서야 비로소 가슴에 내려앉았습니다.1950년대 제주라는 배경, 이게 왜 지금인가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시대극(時代劇), 즉 특정 역사적 시기를 무대로 삼아 당대의 생활상과 정서를 재현하는 장르는 진입 장벽이 높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배경을 이해해야 인물이 보이고, 인물이 보여야 감정이 움직이니까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달랐습니다. 역사를 설명하려 들지 않고, 그냥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보여줬습니다.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