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보고서를 마감하고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을 때, 문득 이 드라마가 생각났습니다. 화면 속 박동훈도 똑같이 버스 손잡이를 붙잡고 서 있었거든요. 피곤하지만 쓰러지지 않는 그 자세로. 나의 아저씨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질 작품입니다. 외부의 음모와 내면의 균열 사이에서 버텨내는 어른의 이야기를, 저도 꽤 오래 곱씹었습니다.내력과 외력 — 건축구조기술사가 던지는 삶의 은유박동훈의 직업은 건축구조기술사입니다. 건축구조기술사란 건물이 바람, 지진 같은 외부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구조 안전성을 설계하고 검토하는 전문 자격을 가진 엔지니어를 말합니다. 드라마는 이 직업을 단순한 설정으로 두지 않습니다.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라는 대..
만원 지하철 안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 순간이 꽤 오래 쌓인 다음에야 드라마 한 편을 통해 그 감각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그렇게 무뎌진 일상 속 감각을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특별한 사건도, 화려한 반전도 없는데 보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먹먹해집니다.출퇴근 번아웃, 길 위에서 에너지가 다 타버린다경기도 산포시에서 서울로 매일 출퇴근하는 삼 남매의 이야기로 드라마는 시작됩니다. 창이는 "경기도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자차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미정은 경기도를 계란 흰자에 비유합니다. 서울이라는 노른자에서 멀리 떨어진 흰자, 존재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꽤 날카롭게 와닿았습니다.일반적으로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