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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거다!! 우리 이 골목을 정복해 보자!"
강릉 여행 중 감자전 골목에 들어섰다가 우리가 갑자기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당시 아이들은 7살, 5살이었고,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구황작물은 잘 먹지도 않고 입맛도 까다로운 아이들이라 처음에는 우연히 들어선 감자전 골목에 큰 흥미가 없었습니다. 살짝 둘러보고 나가야지 했는데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기름 냄새가 우리의 위를 자극했고, 양쪽으로 놓여있는 허름한 간이 점포들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눈앞에서 감자를 쓱싹 갈아 반죽을 만들고, 뜨거운 철판 위에 노릇노릇하게 부쳐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한입 먹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가족 여행 강릉, 5살 7살 아이들과 감자전 골목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족 여행으로 강릉에 갔던 날이었습니다. 때마침 단오제 기간이라 남대천 일대에 '난장'이 들어섰다는 정보를 듣고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곳곳에서 공연도 펼쳐져 저녁에도 시끌벅적 활기가 가득한 분위기였습니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웃음소리가 나길래 궁금해서 다가가 보니 각설이 공연이었습니다. " 아직도 각설이 공연을 하네"
저도 어릴 때 시장이나 축제에서 봤던 기억이 있어 오랜만에 보는 각설이 공연이 반가웠습니다.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운 얼굴과 각설이 의상에 "엄마 이게 뭐야? 누구야?" "엄마 좀 이상한 사람 같아"라며 얼굴을 찡그리는 듯하더니 어느새 각설이들의 익살스러운 공연에 푹 빠져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공연은 30분가량 이어졌고 중간중간 구경꾼들에게 퀴즈를 내기도 하면서 간식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어느새 빠져들어 보고 있는 저를 발견했지요.
하지만, 공연 마지막에는 자연스럽게 물건 판매로 이어져 조금 김이 빠지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처음 접한 각설이 공연을 재미있게 구경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어릴 적 처음 이 공연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것도 아이들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여행의 한 장면이구나.'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다가 다음 볼거리를 찾아 다시 축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허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던 중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골목이 보였습니다. 골목에 들어서니 좁은 공간에 오래된 의자가 놓여 있었고, 간단하게 식기들이 준비된 허름한 노점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노점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이 골목은 감자전 노점들만 모여있는 곳이었습니다.
"잘못 온 것 같은데?" 했다가 감자전 골목을 정복하다
사실 첫 가게에서부터 엄청난 기대를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식기를 물에 대충 헹구고 그 위에 위생 팩을 깔아 음식을 내어주는 방식도 익숙하지 않았고,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 젓가락도 지저분해 보였습니다. 일단 앉았는데 '여기 괜찮은 곳 맞나? 다시 일어서야 하나?' 하며 마음속으로 잠깐 고민했습니다.
"얘들아, 우리 하나만 먹고 빨리 일어나자."라고 하며 주문했습니다.
무뚝뚝한 할머니가 주문받고 옆에 놓인 감자를 하나 골라 쓱쓱 강판에 갈아서는 휘적휘적 반죽을 만들고 기름이 자박자박 한 뜨겁게 달궈진 팬에 반죽을 넣었습니다. 그 순간 고소한 향이 풍겨왔습니다. 아이들도 처음 보는 광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는 금방 맛있게 부쳐 저 나온 감자전을 보고는 구미가 당겼나 봅니다. 바삭바삭하게 익은 가장자리를 작게 잘라서 간장을 찍어 아이들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감자전을 먹어본 아이들은 "와! 맛있다!"라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응? 까다로운 아이들이 웬일이지? 감자전은 입에 맞나 보네."라고 말하며 감자전을 한입 먹는 순간,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바삭하면서 쫀득한 식감에 고소한 맛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연신 또 달라며 입을 내밀었습니다.
그 순간 우리 부부는 서로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이거다!! 우리 이 골목 정복해 보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잘못 온 것 같다던 우리가 어느새 다음 가게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 골목에는 감자전을 파는 작은 난전이 여러 곳 모여 있었고, 우리는 갑자기 아주 단순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오늘은 감자전이다!!
감자전 골목 4곳, 가게마다 한 판씩
생각해 보면 강원도 여행을 꽤 많이 다녔는데 감자전을 제대로 먹어본 기억은 별로 없었습니다. 강원도 식당에 가면 감자전이 메뉴판에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는 늘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눈앞에서 감자를 직접 갈아 바로 부쳐주는 감자전을 한 번 먹어보고 나니 다른 집의 감자전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정말 골목을 돌아다니며 한 판씩 먹었습니다.
첫 번째 가게에서 한 판 주문해서 먹어보고, 다음 가게에서도 한 판 주문해서 먹어봤습니다. 그렇게 총 네 곳에서 감자전을 먹었습니다.
가게마다 조금씩 모양과 식감이 달랐고, 어느 곳은 이미 재료가 다 떨어져 장사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만 늦었으면 여기 것도 못 먹을 뻔했네' 하며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었던 건 그 골목의 분위기였습니다. 단골로 보이는 손님들은 한 잔씩 파는 막걸리를 주인 대신 직접 따라 마시고, 간장도 알아서 떠먹으며 아주 익숙하게 즐기며 감자전을 먹고 있었습니다. 우리처럼 감자전을 먹으러 처음 온 가족이 신기했는지 "아기들이 감자전을 잘 먹네"라며 귀여워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5살, 7살 우리 아이들이 감자를 안 먹는다고 걱정했던 게 무색할 정도였죠. 그날 그렇게 우리는 감자전을 네 판이나 먹었습니다.
이제 감자전은 우리 식구의 최고 메뉴가 되었습니다. 집에서도 그때 그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재현해 보고 싶어 몇 번 시도해 봤지만 아직 그날 감자전 골목에서 직접 부쳐주시던 그 감자전의 맛을 살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식당에 가든, 메뉴판에 감자전이 있으면 아이들은 무조건 "감자전 하나!!" 이렇게 외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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