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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성인 수영 시작 후기, 수영 친구와 워터파크 여행

쪄니의샘 2026. 8. 13. 06:24

목차


    래시가드를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워터파크 한가운데서 강습용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당당하게 수영을 즐기던 그날의 우리 모습의 사진을 보면 아직도 웃음이 납니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수영을 못해 물을 무서워하던 제가 친구와 함께 수영장 나들이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날은 수영 실력보다도 그동안 함께 수영을 배워온 친구와 제대로 하루를 즐겨보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아침 10시 오픈런, 수영 친구와 수영장에서 7시간을 보내다

    처음부터 이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통해 알게 된 엄마였고, 가끔 만나 차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1월부터 함께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관계가 조금씩 가까워졌습니다. 매주 3일 수영장에서 만나고 끝나고 나서도 수영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함께 수영하다 보니 어느새 아이 친구 엄마가 아니라 수영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는 수영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영을 시작한 지 5개월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우리 워터파크에 가서 하루 종일 놀아볼까요?"
    신나는 제안이었습니다. 늘 아이들을 위해서 갔던 워터파크를 나를 위해서 간다는 건 또 다른 느낌이니까요. 그렇게 5개월 차 수영에 흠뻑 빠진 우리는 제대로 수영장 나들이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날은 제대로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새벽부터 움직였습니다. 아이들의 여행을 빙자한 원정 수영이었습니다. 10시 워터파크가 개장하는 시간에 맞춰 들어가서 폐장 시간까지 거의 하루를 통째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10시에 입장해서 수영하고, 쉬고, 또 수영하고 배고프면 간단히 먹고 다시 물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도 만날 물 밖에서 지켜만 보던 엄마가 수영장에서 함께 놀고 있으니 더 신나 하는 것 같았습니다. 늘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만 밖에서 지켜보던 워터파크였는데 이번엔 확실히 달랐습니다.
    "우리 몇 시에 나갈까요?"
    처음에는 적당히 놀다가 나오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시계를 보니 오후가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결국 오전 10시에 들어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수영장을 나왔습니다. 무려 7시간이었습니다. 수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친구와 함께하니 수영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중간중간 쉬어가며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강습 시간에는 선생님 동작을 따라가느라 정신없었는데 이날만큼은 우리 속도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수영장에 들어간 뒤 한동안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친구가 제안한 수영 자세 교정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수중카메라 촬영이었습니다.

    수영 만년 꼴찌, 영상 속 내 자세를 보고 알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수중카메라로 영상을 찍는다는 이야기가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뭐 하러 부끄럽게 그런 걸 찍어요?"
    수영을 몇 달이나 배웠는데 굳이 내 수영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길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냥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열심히 연습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물속에서 찍는 영상이라니 괜히 민망했습니다. 내가 수영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모습을 본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낯설기도 할 것 같아 굳이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친구와 함께 재미 삼아 한번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촬영할 때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잘하고 있겠지."
    머릿속으로는 선생님이 알려준 자세를 떠올리며 열심히 팔을 뻗고, 호흡도 맞추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저는 한동안 말을 잃었습니다.
    "어……?"
    제가 생각했던 제 모습과 영상 속 제 모습이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는 왜 그렇게 수영을 열심히 해도 항상 속도는 나지 않고 힘들었는지 조금씩 알 것 같았습니다.
    제가 다니던 아침 수영반은 15명 정도가 함께하는 클래스였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꽤 성실하게 수영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늘 꼴찌였습니다. 선생님이 설명해 주신 것도 기억하고 있었고, 수업이 끝난 뒤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그런데도 늘 자세도 안 나오는 것 같고 속도도 느려서 "수영이 왜 이렇게 늘지를 않지?" 하며 늘 답답해했었습니다. 그런데 수중 영상을 찍고 나니 이유가 너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머릿속으로는 분명 팔을 길게 뻗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상 속 저는 팔이 구부러져 있고 자세도 어딘가 엉성했고, 몸의 움직임도 훨씬 어설펐습니다. 수영장에서 선생님의 설명을 들을 때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실제로 물속에 들어가면 내 방식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겁니다. 영상을 보고 나니 그동안 선생님이 왜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했는지도 알 것 같았습니다. '아, 내가 생각한 것과 실제 모습은 정말 다르구나.' 그날 이후 수영을 할 때는 영상에서 보았던 잘못된 점들을 기억하고 신경 써서 자세를 취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무작정 빨리 가려고 하기보다 자세부터 신경 쓰게 됐습니다.

    래시가드 사이에서 강습용 수영복을 입고 당당하게

    수영장에 가보니 대부분 래시가드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강습받을 때 입는 수영복 그대로였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웃겼습니다.
    '우리 너무 수영 강습 사람들 티 나게 입고 온 거 아니야?' 그런데 하루 종일 수영하고 나니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수영이라는 운동이 이렇게 사람을 바꿔놓나 싶었습니다. 늘 가족들과 워터파크에 가면 더운 여름에 아이들 기다리면서 핸드폰이나 보고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먹을 간식을 준비하는 게 전부였던 나였는데 이제는 이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아이들도 "엄마 엄청 재미있어 보인다"라면서 더 신나게 놀더군요. 지금도 그날 찍은 사진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래시가드 무리 사이에서 강습용 수영복을 입고 너무나 당당하게 수영하던 우리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입니다.

     

     

    지금도 수영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만년 꼴찌에 가깝지만, 이제는 순위보다 내가 지난달보다 조금 나아졌는지를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수영장에서 꼴찌가 아닌 일 번에 서는 날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