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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먹으면서 친구랑 화상통화까지 했습니다."
일본까지 와서 라멘을 먹다가 친구에게 전화받았고, 결국 제 라멘 먹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게 됐습니다. 이번 오사카 여행은 처음부터 목적이 아주 분명했습니다. 관광지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여행보다는 먹고 싶은 것 실컷 먹어보는 맛집 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숙소에는 힘을 빼기로 했습니다. 잠만 잘 곳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고른 1박 4만 원 정도의 저렴한 숙소에서부터 우리의 미식 여행은 시작됐습니다.

오사카 숙소, 1박 4만 원에 고시원 같은 숙소
이번 여행에서는 숙박비를 최대한 아껴 맛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먹기로 했습니다. 1박에 4만 원 정도 하는 저렴한 숙소를 골랐으니, 방이 작을 거라는 예상은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예상보다 더 작았습니다. 아마 한국 사람들은 이 넓이에 적응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침대 하나에 작은 테이블 하나가 놓여 있었고, 남은 공간에는 캐리어 하나를 제대로 펼쳐놓기도 어려웠습니다. 캐리어를 열어놓으면 사람이 지나갈 공간이 사라지는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우리는 먹으러 왔으니까요. 진짜 문제는 화장실이었습니다. 화장실이 침대 머리맡에 붙어 있었는데, 일본의 유닛 배스라고 하는 화장실이라 벽은 얇고, 문 밑쪽은 공간이 뚫려 있었습니다. 당연히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는 머리 위에서 들리듯 생생했죠. 처음에는 서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눈치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결국 누가 먼저 정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로비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우리의 약속 아닌 약속이 되어버렸습니다. 방에 있다가 "나 1층에 잠깐 다녀올게."라고 하면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냥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도 숙소에 대한 불만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우리의 하루는 아침, 점심, 저녁 맛있는 것 먹고, 사이사이에 간식도 야무지게 챙겨 먹는 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방에서 보낼 시간이 많지 않으니, 이 정도 불편함은 참을 수 있었습니다. 아니, 참아야 했습니다.
한 시간 헤매고 찾아낸 텐동집, 그런데 휴무였습니다
오사카에 가기 전부터, 일본에 가면 먹고 싶었던 음식 중의 하나가 텐동이었습니다. 텐동이 너무 그리워서 오사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이름난 텐동집에 찾아가기로 했었죠. 처음 가보는 동네라 그런지 생각보다 가게를 찾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구글맵을 보며 이 골목으로 갔다 저 골목으로 갔다가 한참을 헤매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저 앞에 드디어 가게가 보였습니다. "찾았다!" 우리는 하이 파이브를 하며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뭔가 캄캄한 듯 기분이 싸했습니다. 앞에 다다르니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우리가 찾아간 날이 쉬는 날이었던 것이죠. 구글맵에서는 휴무일이 아니라고 되어있었는데, 가게 문 앞에는 오늘은 사정상 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한 시간을 헤매다 겨우 찾아왔는데 정말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이 온 것인지 텐동집 사장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텐동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바로 근처에 다른 텐동집이 없을지 구글맵에 검색했고, 구글링 끝에 찾아낸 곳으로 곧장 찾아갔습니다. 이곳은 가게 외관부터 느낌이 달랐습니다. 오래된 일본 식당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가게 안에는 길게 이어진 카운터 테이블이 놓여 있었습니다. 주방 안쪽에서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음식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흰머리와 익숙하게 움직이는 손길만 봐도 왠지 맛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연식이 느껴지는 주방 기구와 식기까지도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장사를 해온 흔적처럼 보였기에, '그렇다면 맛있을 수밖에 없지'라고 생각하며, 기본 텐동을 주문했습니다. 잠시 후 나온 텐동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비주얼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입 먹는 순간 친구와 저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우리 느낌이 틀리지 않았네." 한 시간을 헤매다 찾아낸 가게가 문을 닫았던 덕분에 오히려 우리만의 비밀 맛집을 하나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치란 라멘을 향한 90분의 기다림, 기다리는 것마저 즐거웠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핫한 이치란 라멘이었습니다. 이치란은 지난 일본 여행에서 처음 먹어보고 라멘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 준 곳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이치란 라멘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강렬한 맛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우리는 긴 줄을 보고도 전혀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기다림 끝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저희가 줄 선 부분에는 '여기서부터 90분'이라는 표지판이 걸려있었습니다. "이 정도는 기다릴 수 있지." 오히려 기다리는 동안부터 라멘을 먹을 생각에 즐거웠습니다. 드디어 긴 기다림 끝에 매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맛보다도 식당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칸칸이 나뉜 1인 좌석이 독서실 책상처럼 이어져 있었습니다. 좌우에는 칸막이가 있고 앞쪽에는 나무 발이 내려와 있었습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라멘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완벽한 구조였습니다. 주문했던 라멘은 앞에 있는 발이 쓱 올라가며 내 앞으로 들어왔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추가 주문을 하고 싶으면 발 안쪽으로 주문서를 밀어 넣으면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 독특한 시스템 때문에 라멘의 맛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매장 인테리어라 이런 곳에서 식사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미있는 체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때, 회사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화상 전화로 바꿔 영상통화를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목소리로 통화해도 방해가 되지 않을 분위기였거든요. 결국 저는 일본 이치란 라멘집에서 라멘 먹는 모습을 친구에게 실시간으로 중계하게 됐습니다. "여기 봐! 이렇게 생겼어!" 칸막이 안에서 라멘을 먹으면서 친구들에게 이치란의 독특한 좌석과 라멘을 보여줬습니다. 친구들은 라멘을 보더니 엄청나게 부러워하며 다음에는 꼭 같이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오사카 미식 여행은 계속됐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은 기본이고 중간중간 유명하다는 디저트까지 하나씩 사다 보니 하루 안에 다 먹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며칠 지나자 작은 호텔 냉장고는 디저트와 먹거리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전날 다 먹지 못한 디저트를 하나씩 꺼내 먹기도 했습니다. 숙소는 좁았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친구와 하루 종일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그 과정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늘어난 내 몸무게는 한국에 돌아간 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여행에서 얻은 행복은 금방 사라지지 않았지만, 늘어난 몸무게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다시 일본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먹고 싶었던 것은 먹을 예정입니다. 대신, 플랜 B를 확실하게 준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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