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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촌캉스 반 호캉스 반의 남해 가족 여행

쪄니의샘 2026. 8. 21. 23:57

목차


    "남해는 요즘 너무 핫해서 사람들로 바글바글하지 않을까?"
    우리 가족은 차를 타고 약 다섯 시간을 달려 경상남도 남해로 갔습니다.

    별이 쏟아지던 밤, 20만 원짜리 촌캉스

    첫날 숙소는 산 중턱에 자리한 작은 시골집이었습니다. 일명 '촌캉스'라고 하는 것을 해보고 싶어서 예약한 곳이었습니다. 촌에서 하는 바캉스라는 의미로 인터넷에서는 각 지역마다 촌캉스하기 좋은 숙소 리뷰가 넘쳐나더라고요.
    해남 촌캉스로 예약한 숙소의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정말 어렸을 때 시골 외할머니 댁에 갔을 때의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기 오니까 옛날 외할머니 댁 생각난다." 라고 아이들에게 아빠의 어릴 적 이야기를 잠시 해줬습니다. 할머니 집 하면 아파트라고만 알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또 다른 신선한 경험이 될 것 같아 미소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20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마을 전체와 저 멀리 바다까지 내려다보이는 뷰까지, 도시에서만 자란 아이들에게 '진짜 시골'을 경험시켜주기에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짐을 풀자마자 아이들은 마당 곳곳을 뛰어다니며 탐험을 시작했고, 저희 부부는 바비큐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숯불에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동안, 아들은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 넣으며 "이게 우리 냉장고야!" 하고 뿌듯해했어요. 도시에서는 그냥 콘센트만 꽂으면 되는 냉장고를, 얼음 채워가며 직접 만드는 재미에 흠뻑 빠진 모습이 웃기면서도 짠했습니다. 마을 불빛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배경으로 상추에 고기를 싸 먹는 저녁 식사는 어떤 레스토랑보다 맛있었고, 마무리로 끓인 라면까지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비운 딸아이는 "라면이 더 맛있는 것 같아!"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저녁을 먹으며 해가 저물자, 진짜 하이라이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캄캄해진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별들을 보던 딸은 "아빠, 우리 집에는 왜 별이 없어?"라며 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우리는 돗자리에 나란히 누워 별자리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습니다. 아들은 잠들기 직전까지도 "다음에 또 별 보러 오자"는 말을 몇 번이나 하더라고요. 정말 행복했나봅니다.

    남해의 물회, 그리고 시그니처 디저트

    다음 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바다 바로 앞에 자리한 물회 맛집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회도 잘 먹는 아이들이었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매운 것을 못 먹는 딸에게 다른 회를 시켜줄 생각이었기에 무슨 회를 시킬까 고민하며 들어갔습니다.
    "이게 물회라는 건데, 한 번 먹어봐."라고 하는데, 아이들 반응이 시큰둥 하더라고요. 딸은 그렇다 치고, 아들도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했습니다. “왜 안먹어? 한 번 먹어봐 맛있어” 라고 하자, “너무 차가워서 안 먹을래.”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제서야 아차 싶었습니다. 우리 아들은 항상 따뜻하게 데워서 먹는 것을 좋아했고, 차가운 음식은 잘 안먹는다는 것을요. 아내와 저는 유명한 맛집에서 ‘물회’를 먹을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어서, ‘차가운 음식이라 아들이 잘 안먹겠구나’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물회를 양껏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그렇게 점심을 다 먹고는 남해에서 유명하다는 카페로 이동했습니다. 양곡창고를 로 쓰이던 건물을 카페로 만든 곳인데, 문이 신기하게 생겨서 사진 찍기에 딱 좋은 곳이었어요. 대기 등록을 하러 갔더니 대기자 수가 4여서 금방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길게 줄을 서서 힘들게 기다리는 걸 상상하고 왔는데, 대기자수도 별로 없고, 1층 전시 공간을 찬찬히 둘러보며 기다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이들도 둘이서 이곳 저곳 둘러보며 놀아준 덕분에 전혀 힘들지 않게 기다릴 수 있었어요. 20분 정도 기다렸고 드디어 순번이 되어 자리를 잡고 시그니처 메뉴인 미숫가루와 덩어리쑥떡을 주문했습니다. 남해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덩어리쑥떡을 만드는 '중현떡집'이 전국 4대 떡집이라고 하더라고요. 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도 왠지 모르게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층마다 바다가 따라오는 독채 풀빌라

    마지막 날 숙소는 3층짜리 독채형 풀빌라였습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 큰 맘 먹고 예약한 숙소였기에 기대도 컸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와! 계단 있는 집이다!"를 외치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어느 층에서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남해 바다 뷰였습니다. 온 가족이 딱 마음에 들어하는 포인트였습니다. "예약 잘했네!" 아내가 칭찬해줘서 제 어깨도 으쓱해졌습니다.
    짐을 풀자마자 아이들이 달려간 곳은 역시 프라이빗 수영장이었습니다. 눈치 볼 사람 없이 마음껏 소리 지르며 물장구치는 아이들을 보며, 남편과 저도 선베드에 앉아 여유를 즐겼습니다.
    수영장 밖으로는 바로 넓은 남해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뷰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화이트 인테리어에 통창 오션 뷰라서, 노을이 진 풍경도 정말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예뻤습니다.
    "촌캉스도 좋았지만, 난 여기가 더 좋아!"라고 입을 모으는 아들과 딸 덕에 온 가족이 한바탕 웃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자연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촌캉스와, 럭셔리하고 프라이버시와 편안함이 완벽했던 풀빌라는 정말 극과 극인 숙소였습니다. 두 숙소에서 보낸 저녁 시간은 모두 특별했고 행복했음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별을 보며 보냈던 더 없이 행복했던 시간이 눈앞을 지나가고, 정신을 차려보면 잔잔한 바닷가에서 철썩철썩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려옵니다. 남해라는 곳의 매력을 단 3일만에 충분히 느껴봤던 여행이었습니다.

    짧다면 짧은 2박 3일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도시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추억이 가득 쌓인 시간이었어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더라고요. "우리 또 남해 가자!"
    네, 우리 부부도 동의합니다. 꼭 다시 가고싶은 힐링 여행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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