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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주 가족 여행, 절하고 무덤보다 더 기억에 남은 전동차

쪄니의샘 2026. 8. 7. 22:25

목차


    “너희들이 타자고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너무 재미있다!”
    경주에서 우연히 마주친 전동차 대여점, 아이들의 성화에 경험 삼아 한 번 타봤는데, 이거 하러 다시 경주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경주 전동차, 마차 같은 거 싫어하는 내가 탄 이유

    11살, 9살 두 아이를 데리고 뭔 가 조금 유의미한 여행이 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여행지는 '경주'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포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요. 초등학생일 때, 경주로 소품을 가서 불국사를 구경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로 경주 여행을 온 만큼, 역사적인 장소는 모두 둘러보기로 하고, 불국사에 갔다가 경주 역사 유적 지구로 이동했습니다.
    불국사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첨성대를 구경하려고 유적 지구로 들어오니 사람들이 여기에 다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주차를 하려는 차량의 줄도 엄청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몇 바퀴를 돌아 어렵게 주차를 하고 첨성대를 둘러보는데, 하늘에 먹구름이 쫙 끼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야 할 곳이 많았던 우리 가족은 우산을 쓰고 다음 유적지를 보러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전동차 대여소가 나타났습니다.
    저는 관광지에 가면 꼭 있는 마차나 기차 같은 걸 타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데 돈 쓰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들고, 타봐야 재미도 없을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아이들은 항상 "아빠, 저거 탈래."라고 이야기하지만, 제 선에서 잘 타일러 안 타고 그냥 갑니다. 그날 경주에 있던 그 전동차를 볼 때도 그런 생각이었어요. '길에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데 이걸 타고 어딜 어떻게 가. 심지어 비도 오는데 이런 걸 타면 재미나 있을까? 고생만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요.
    그런데 그날은 가족들의 반응이 조금 달랐습니다. 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웬일인지 아내가 그냥 넘기지 않고, 저한테 한 번 타보자고 한 겁니다.
    "아이들이 타고 싶어 하는데, 한 번 타보자. 이런 거 또 언제 타봐?'
    그 말 한마디에, 한 번 타보기로 결심했고, 3만 원을 지불하고 2시간 동안 대여할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께 이것저것 물어보니, 이걸 타면 그냥 가고 싶은 데 아무 데나 가시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사람이 다니는 길도 조심조심 갈 수 있고, 차도도 달릴 수 있고, 주차도 갓길에 그냥 하면 된다고 하십니다. "기본적으로 유적지 안에서 쭉 돌아보시면 되는데요. 과장 조금 보태서 두 시간 안에 돌아올 수 있는 거리면 다 갈 수 있어요. 하하"라고 웃으시며 농담도 하십니다. 사장님 덕분에 기분 좋게 웃으며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비 오는 날의 전동차는 신의 한 수였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운전이 너무 재미가 있는 겁니다. 출발하자마자 "얏호!" 함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아이들도 함성을 지르며 웃어댔습니다. 밖은 비가 내리는데, 전동차는 비닐막으로 가려져 있어서 물이 들어오지도 않고 쾌적했습니다. 우리는 도로를 1.5km 정도 달려 월정대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월정대에 도착해서 월정대 입구 바로 앞에 전동차를 주차하고 내리니, 마침 비에 흠뻑 젖은 2인용 자전거를 탄 커플이 앞을 지나갔습니다. 그런 상황이 안쓰럽다가도 우리는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에, 만족감이 두배로 다가왔습니다. 월정대 구경을 마치고 3km는 떨어진 곳에 있는 천마총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와도, 거리가 멀어도 전동차만 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갈 수 있었습니다. 신이 난 우리 가족들은 소리를 지르며 도로를 가로질렀습니다. 물론 갓길로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차량들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죠. 비 오는 날씨에 걷는 것보다 옷도 안 젖고 기동성도 좋아져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천마총에 가장 가까운 문 앞, 고속버스들이 갓길에 주차를 해놨더라고요. 우리는 그 고속버스 뒤에다가 주차를 멋지게 하고는 천마총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줄이 조금 있었지만, 편안하게 온 덕분에 줄 서서 기다릴 수 있는 에너지는 충분했습니다.
    천마총에서 다시 반납장소로 이동하는 곳에는 그 유명한 '황리단길'이 있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동 동선도 최고였습니다. 우리는 황리단길을 가로지르며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바로 전동차를 세우고 사 오기도 했습니다. 주차해 놓고 다 같이 들어가 구경하기도 했지요. 엄마랑 딸은 황리단길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것들을 사서 뒤에 앉아서 먹으며 편하게 앉아 웃고 떠들며 다닐 수 있어서 행복해했고, 11살 아들은 차를 너무 좋아하고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전동차 운전은 하지 못했지만 조수석에 앉아서 핸들도 잡아보며 행복해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동차 하나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비가 오는 날씨에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전동차 한대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정말 좋은 타이밍에 전동차가 눈에 띄었고, 그 전동차 덕분에 즐거움도 두 배, 만족감도 두 배, 그리고 우리가 가려고 했던 장소를 훨씬 빠르게 갔다 올 수 있어서 구경도 두 배 더 많이 했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걸어 다녔다면? 한 군데 구경하고 돌아가야 했을 것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차를 가지고 이동을 했다면? 주차도 못하고 아무것도 구경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덕분에, 그리고 우리 아내의 그 한마디가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아이들한테도 말해줬어요. "너희들이 타자고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너무 재미있다!"라고요.

    전동차 타러 경주 또 간다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맛본 경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아이들에게 경주 여행에 대해서 어땠냐고 물어봤습니다.
    순박한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절하고 무덤은 재미없었고, 전동차 타는 것 엄청 재미있었어! 또 타러 가자!"
    아무래도 본래 목적은 달성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적지에 방문해서 구경했던 역사의 유적들은 분명 아이들의 머릿속에 남아 기억되고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교과서에서 경주의 유적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과 함께 유적지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저의 어렸을 적 불국사에 방문했었다는 기억 하나가, 우리 가족을 경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분명 가족과 함께 했던 이런 여행의 추억이 모이고 모여서 우리 아이들의 앞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저와 제 아내는 다음에 또 경주에 방문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날의 추억 덕분에 다시 경주에 갈 의향이 있습니다. 오로지 그걸 하려고 말입니다.
    전동차도 즐기고, 역사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