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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설악산 겨울 등반 후기, 랜턴 없이 7살 아들과 30분 어둠 속을 걷다

쪄니의샘 2026. 8. 6. 23:19

목차


    7살 아들과 함께 비룡폭포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10분 만에 사방이 캄캄해졌습니다.
    앞에 있는 목표만 보고 주변은 보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2월의 비룡폭포

    비룡폭포 등반 10분 만에 어둠

    2021년 2월 어느 날, 우리 가족은 강원소 설악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첫째가 7살, 둘째가 5살 때였습니다. 설악산에 가기 전, 바닷가에 갔었는데, 아이들이 바다를 워낙 좋아해서 바다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설악산 쪽으로 온 것은 거의 4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이곳은 설악산 국립공원 설악동 지구로, 등산로가 육담폭포와 비룡폭포 그리고 토왕성폭포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등산로를 따라 비룡폭포 정도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오후 5시 조금 넘은 시간에 출발하여 등산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등산로가 여기저기 보수공사를 진행하느라 길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여기저기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평평한 등산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오르막 계단이 나왔고, 그렇게 10여분 더 올라가니 육담폭포에 도착을 했습니다. 아내는 둘째가 힘들어한다며 먼저 내려갈 테니 비룡폭포 구경하고 오라고 했습니다. 이때가 저녁 6시쯤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곧 해가 질 시간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아무 생각 없이 비룡폭포에 갈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과 저는 거기서부터 약 10분 정도를 더 올라가 비룡폭포에 도착했습니다. 비룡폭포에서 폭포 사진도 남기고 아들과 비룡폭포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주변이 조금 어둑어둑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이제 빨리 내려가자, 곧 어두워지겠다."라고 말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산속에서 해가 지는 경험을 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라는 것은 아들이나 저나 똑같았습니다. 어둠이 깔리면서 제 마음도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했지만, 저는 아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아빠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아들을 내 시야 안에 두기 위해 앞장서게 했고, 뒤를 바짝 따라가면서 끊임없이 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황당한 상황이 조금 재미있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을 언제 할 수 있겠어요?

    무섭다는 말을 안 한 아들의 본심

    "조심해, 여기 길 울퉁불퉁하다."
    "발 밑 잘 보고 가자, 그래 그렇게. 옳지."
    "산이란 곳이 원래 해가 좀 빨리 져, 그래서 산속에 사는 사람들은 일찍 자."
    이런저런 이야기로 말을 걸면서 공포를 느끼고 있을 아들을 달래려 했습니다.
    어둠 속을 앞장서서 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텐데, 아들은 무섭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잘 내려가줬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무섭다는 말을 할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다른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걸어 우리는 무사히 출발지까지 내려왔고, 아들은 어둠 속에서 엄마를 불러댔습니다. 그렇게 아내와 딸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방금 전에 있었던 각자의 상황을 열심히 나누며 주차된 차로 돌아왔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12살이 된 지금, 설악산에서 해가 졌을 때를 기억하는지 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고, 그때 엄청나게 무서웠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바로 뒤에 있던 저도 그렇게까지 무서워하고 있다는 느낌은 못 받았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씩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저 멀리 공원과 국립공원 사무실 쪽에서 비치는 붉은 불빛이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 그 불빛이 붉은색이라서 너무 무서웠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럼 그때 왜 무섭다는 말 안 했어?"라고 물어보니,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니 마음속이 조금 짠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묻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 어린 마음에 무섭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못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빠가 마음에 위안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복잡 미묘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만간 다시 설악산으로

    이제 우리 아이들도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이 되었고, 집에서 가까운 산은 거뜬히 오를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갖췄습니다. 오히려 더 험한 곳을 올라보고 싶다는 말도 합니다. 설악산은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산이고, 가족과 함께 설악산으로 등산도 가고 싶다고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강원도 여행 때마다 울산바위가 가깝게 보이는 리조트를 예약했던 것도 그 산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인터넷을 뒤져보니, 울산바위로 올라가는 등산 코스가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아내와 아들 딸과 함께 이 코스를 올라 울산바위 위에서 속초 시내를 내려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은 아이들이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너무 힘든 코스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하필 울산바위 코스가 가파르고 힘들다는 후기가 보여서 아쉽습니다. 이번에 올랐던 비룡폭포도 한 번 더 가보면 그때의 추억이 살아나 재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저만 재미있는 것일까요? 아이들은 무서웠던 기억이 더 강하게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이면 등산하러 가는 인파를 자주 봅니다. 봄, 가을철 주말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엄청난 인파들이 북한산으로 등산을 갑니다. 형형색색 옷을 차려입고, 스틱에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풀로 장착하고 배낭을 둘러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저마다의 일행을 기다리는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흔히들 등산을 하려면 갖출 것은 다 갖추고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안전을 위한 장비는 필요하겠지만, 모든 장비를 다 갖춰서 제대로 등산한다는 생각보다는, 좋아하는 산을 가볍게 오르며 정취를 느끼고 분위기를 느끼는 데 더 집중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산에 가는 일정은 무조건 가장 빠른 시간대로 스케줄을 잡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침 일찍 맑은 공기를 마시며 등산하고 낮에는 내려오는 것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등산할 때에는 비상시에 필요할 랜턴, 물, 간식을 꼭 챙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