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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에노 동물원 여행 (일본 지하철, 래서판다, 호랑이)

쪄니의샘 2026. 8. 5. 18:50

목차


    '엄마만 믿어! 하고 호기롭게 나왔는데 길 헤매면 엄마 체면이 말이 아니지'
    늘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관심사가 전혀 다른 두 아이에게 각자 원하는 하루를 선물해 주자는 제안이 무척 신선했습니다. 나는 딸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오늘은 너랑 나랑 한 팀이야! 가고 싶은 곳이 어디야?"
    잠시도 망설이지 않던 딸의 대답은 단 하나였습니다.
    "동물원!!!"
    "좋아! 오늘은 엄마랑 딸, 둘이서 동물원 가는 날이다!"

    엄마만 믿어! 일본 지하철 첫 도전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조금 긴장됐습니다. 일본은 몇 번 와봤지만 아이와 단둘이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혹시 지하철을 잘못 타지는 않을까 싶어 노선도를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나 혼자였다면 조금 헤매도 괜찮았겠지만, '엄마만 믿어!' 하고 호기롭게 나왔는데 길을 헤매면 엄마체면이 말이 아니지.
    다행히 관광객들을 위해 역마다 한글이 함께 표기되어 있었고 안내도 잘 되어 있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우에노 공원까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우에노 공원 쪽 출구로 빠져나오자 미션 하나를 훌륭하게 클리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에노 동물원 입구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넓은 광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이기보다 한산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와! 평일에 동물원에 오다니!"
    친구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시간인데 자기는 엄마와 일본에 있는 동물원에 와 있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일본이기 때문에 왠지 비쌀 것 같았던 입장권. 하지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입장이라는 안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앗싸"하며 성인 입장권만 구매하고 입장하니 시작부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동물원에 간 것인데 동물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현장학습을 나온 듯 한 일본 초등학생들이었습니다. 선생님을 따라 줄지어 걷는 아이들, 모두 같은 노란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시선을 강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딸이 그 모습을 보자 웃으며 말했습니다.
    "엄마! 짱구에서 보던 모자잖아! 진짜 똑같은 걸 쓰고 다니네? 신기해!"
    순간 만화 '짱구는 못 말려'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기분이었습니다. 노란 모자를 쓰고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똑같았거든요. 코로나 이후 체험학습을 자주 가지 못했던 딸은 소풍을 온 초등학생들을 보며 부러워했습니다.
    "나도 학교에서 이렇게 현장학습 가고 싶다."

    판다는 슈퍼스타, 30분 대기줄 대신 선택한 래서판다

    우에노 동물원 전체는 생각보다 한산해서 대부분의 동물을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딱 한 곳만은 예외였어요. 바로 판다 관람 구역이었습니다. 멀리서도 보일 만큼 긴 줄을 보자 예전 에버랜드에서 푸바오를 보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렸던 힘든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역시 판다는 일본에서도 슈퍼스타구나."
    잠시 줄을 바라보던 딸이 "엄마, 난 래서판다가 더 좋아. 래서판다 보러 가자!"라며 내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엄마도!" 둘 다 같은 생각이었어요.
    사실 우리 모녀는 판다보다 래서판다를 더 좋아했습니다. 애니메이션 '메이의 새빨간 비밀'을 함께 본 뒤부터 완전히 래서판다 팬이 되어버렸거든요. 덕분에 30분은 족히 기다렸을 긴 줄 대신 래서판다를 만나러 갈 수 있었습니다.
    복슬복슬한 붉은 털에 너구리를 닮은 귀여운 얼굴. 역시 래서판다는 실물 깡패였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사랑스러웠습니다.
    "엄마, 저것 봐! 완전 너구리같이 생겼어!"
    "판다보다 작고 더 귀여워."라고 하며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딸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네가 더 귀여워.'

    같은 호랑이 다른 반응, 귀여워 vs 무서워

    래서판다의 귀여운 모습을 5분 정도 구경하다가 다른 동물도 보러 돌아다녔습니다. 여러 가지 동물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은 건 호랑이였습니다. 호랑이가 관람 유리 바로 앞으로 성큼 다가와 우리를 빤히 쳐다보는데 생각보다 크고 가까워서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우와! 호랑이가 바로 내 앞에 있어! 귀여워!"라고 말하며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세상에 호랑이를 보며 귀엽다고 말하는 아이는 우리 딸밖에 없을 겁니다.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딸이 아끼는 책이 있는데요. 바로 여러 가지 동물들의 정보가 담긴 동물백과입니다. 항상 그 책을 보는데, 호랑이를 보면 귀엽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호랑이를 보고 귀엽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무섭기만 하거든요.
    "맞아! 정말 가깝다! 무서워."
    저는 딸과는 정 반대의 반응이었어요. 호랑이를 눈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기에 둘 다 '우와!'를 외쳤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호랑이를 본 게 처음이었던 딸은 "아빠랑 오빠한테 보여줘야 해!"라며 카메라 셔터 버튼을 눌러댔습니다.

     

    우에노 동물원은 오래된 곳이라고 해서 낡은 모습을 상상했는데 막상 둘러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시간이 아름답게 쌓여 있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비록 화려하거나 세련된 시설은 아니었지만 길과 화단, 동물사 하나하나까지 아주 잘 관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물원을 둘러보는 동안 저는 오래된 공원을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딸과 단둘이 함께했던 이 시간이 행복 수치가 쭉 올라간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에 다음 해외여행에도 딸과 둘만의 데이트를 꼭 넣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코앞의 호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