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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워터파크 여행 (줄서기, 아들의 배려, 파도풀)

쪄니의샘 2026. 8. 4. 23:43

목차


    "아빠, 나는 내려가 있을 테니까 아빠는 타고 내려와. 밑에서 만나자."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기다린 30분, 하지만 아들은 끝내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배려에 저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맙다. 아들."

    워터파크 파도풀

    워터파크 줄서기, 개장 직후 15분

    저희 가족은 매년 여름 성수기와 장마를 살짝 피해서 워터파크에 놀러 갑니다.
    워터파크 주변 리조트를 예약하고 하루 먼저 가서 1박을 한 후, 아침 일찍 일어나 오션월드에 줄을 서고 빠르게 입장합니다. 입장하면 아내와 제가 각각 딸과 아들을 데리고 재빨리 움직이는데요. 아내와 딸은 선베드를 빌려 자리를 맡은 후 놀러 가고, 아들과 저는 어트렉션에 서둘러 줄을 서러 갑니다.
    개장 직후에 열심히 걸어서 줄을 서도 달려가는 젊은이들은 못 이깁니다. 열심히 걸어가도 15분은 기다리는 것 같아요. 정말 얼굴에 철판 깔고 잽싸게 뛰어가고 싶지만 아이도 같이 있고, 또 뛰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거든요. 개장 직후 한 번 타고나면, 그다음부터는 그냥 4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할 만큼 모든 어트렉션에 줄이 길게 늘어서있는 걸 볼 수 있죠.
    사람들이 슬슬 배가 고파 점심을 먹을 시간대쯤이면 줄이 조금 줄어드는 타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타임을 잘 노리면 20-30분에 탈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나저러나 사람은 많고 줄은 길더라고요. 매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냥 타고 싶다 싶으면 가서 줄 서고, 아니다 싶으면 파도풀이나 유수풀에서 노는 게 상책입니다.

    30분 기다리다 들은 '밑에서 만나자'

    어트렉션 중에 장판 같은 것을 깔고 엎드려서 타는 미끄럼틀이 있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뜨거운 햇빛을 견디며 무거운 장판을 든 채 줄을 섰습니다. 오르막길과 계단이 섞여 있는데, 깔고 내려올 장판을 직접 밑에서부터 들고 올라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아들 것까지 내가 들어주면서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도 치며 인고의 시간을 버텼죠. 30분 정도 기다렸을까요? 드디어 우리가 탈 순서가 다가왔습니다. 직원에게 안전 수칙 교육을 받고 배에 깔고 있는 장판으로 브레이크를 언제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그리고는 2-3분 정도 기다리니 우리 차례가 오더라고요. 저는 신나 하며 아들과 함께 레인 하나씩 차지했습니다. 직원이 장판을 깔고 엎드리라고 했는데, 그 순간 갑자기 아들이 그러는 겁니다.

    “아빠, 나 안 탈래”
    “뭐라고? 30분을 기다렸는데 여기까지 와서 안 타겠다고?”

    다른 레인에서는 각자 배에 깔고 엎드려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찰나에, 아들을 설득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미끄럼틀 만으로도 무서운데, 엎드려서 머리부터 내려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엄청 기대했던 어트렉션인데 어쩌지 어쩌지 하고 있던 순간, 아들이 절 배려해 주더군요.

    “아빠, 나는 내려가 있을 테니까 아빠는 타고 내려와. 밑에서 만나자”
    와, 이게 무슨 일인가요? 내 아들이 이렇게 멋진 아들이었다니 저는 미처 몰랐습니다. 저는 감동도 잠시, 1초의 주저도 없이 “그래! 밑에서 보자!”를 외치고 재빨리 배를 깔고 엎드려서 미끄럼틀을 내려왔습니다.
    제가 아들을 헛 키운 게 아니었더라고요. 우리 아들 멋진 아들이었더라고요. 아들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기다렸고, 재미있게 탔으니 저는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물 무서워하던 아내, 파도풀 제일 깊은 곳까지

    2년 전쯤 워터파크를 찾았을 때에는 아들과 저만 파도풀에 들어갔었습니다. 아내와 딸은 무서워서 들어오지를 못했었어요. 아들과 딸은 수영을 배우고 있었는데, 그래도 딸한테는 파도풀이 무서웠던 모양입니다. 아내가 함께 들어가지 못하니, 딸은 파도풀에 발만 담그고 파도를 즐기지도 못했었지요. 그런데 그 이후로 아내가 집 근처 구립 수영장에 다니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운동을 배우고 싶었는데 집 근처에 저렴하게 수영을 배울 수 있는 구립 수영장이 있었고 마침 수영 레슨에 당첨이 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렇게 물을 무서워하던 사람이 수영이 재미있다며 배우더니, 이듬해 워터파크에 가서는 파도풀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파도를 즐기더라고요.
    덕분에 딸도 용기를 내어 파도풀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보고는 “아빠 나 좀 봐봐! 나 여기까지 갈 수 있어! 여기 지금 발 안 닿아!”라고 하면서 자랑스럽게 말하더라고요. 한 살 더 먹어서 그런 것인지, 엄마에게서 용기를 얻은 것인지, "아빠도 이리 와! 저기 엄마 있는 데까지 들어갈 거야!"라며 발도 닿지 않는 깊이까지 엄마를 따라 들어가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1년 사이에 이렇게 달라지다니, 아이들이 크긴 크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딸이 파도풀에 몸을 맡긴 채 제가 제일 이뻐하는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는데, 그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많이 찍어두었습니다.
    이제 우리 가족이 모두 파도를 타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는 생각에 흐뭇했습니다.

     

    올해는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동남아로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입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매년 다녀오던 워터파크는 올해는 쉬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해외여행을 갈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지 올해 워터파크를 건너뛰는 것도 이해해 주더라고요.
    아직 독신인 회사 사람들은 '가족 서비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하지만, 저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다들 가족이 생기면 저랑 똑같아질 것입니다. 내년에도 저희는 7월 초에 워터파크를 다시 찾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