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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 여행 (외옹치, 대포항, 미시령 옛길)

드라마 고을 2026. 8. 3. 20:34

목차


    여행 첫날, 편의점 음식 먹으며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연휴를 맞아 조금은 급하게 계획한 강원도 여행. 날씨는 우리 편이 아니었습니다.
    호텔 주차장에 입차할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날씨가 호텔 방에 잠시 짐을 풀고 나오는 사이에 뒤집혀있었습니다. 왜 하필 여행 첫날부터 꼬이는 것인지 원망스러웠지만, "오늘은 편스토랑이다"라며 편의점을 털어 호텔방에서 먹었습니다. 이 또한 여행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강원도 속초 외옹치 해수욕장

    외옹치 해수욕장, 바다 달팽이 군소를 발로만 툭툭

    첫날 저녁은 편의점 음식과 우리 가족 최애 TV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깔깔 웃다 마무리하고, 다음날 피곤하지만 일찍 일어나 첫날에 못 갔던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어제저녁의 비와 돌풍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날씨에 제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돗자리와 양산, 그리고 간식거리를 간단히 챙겨 들고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이들도 신이 나서 바닷가로 뛰어가 파도 피하기 놀이를 시작했어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핀 후, 아내에게 쉬고 있으라 하고 저는 아이들 쪽으로 향했습니다. 아빠 일로 와보라며 신이 난 모습에 흐뭇해졌죠. 그런데 파도에 밀려와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시커먼 뭔가가 눈에 띄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시커먼 복어처럼 생긴 둥글게 생긴 생물이었는데, 너무 징그럽게 생겼더라고요. 어떤 놈은 몸에서 보라색 액체를 흘리고 있어서 이건 독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들한테 절대로 만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발로만 툭툭 건드리며 신기해하고 있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한두 마리가 아니어서 궁금해진 저는 사진을 찍어 AI에게 물어봤습니다. 알고 보니 이 생물체는 '군소'라고 하는 바다 달팽이였고, 보라색 액체는 위협을 느낄 때 분비하는 액체였습니다.
    정체를 알려주니 아이들은 막 들어 올려서 바다로 돌려보내기도 하고, 다시 잡아오기도 하며 신나게 놀기 시작했지만, 저는 차마 만지지는 못하겠더라고요. 보기만 해도 너무 징그러웠습니다.

    대포항과 속초중앙시장, 호객을 피해 고른 식당

    둘째 날 오후에는 해산물을 먹기 위해 속초 '대포항'으로 향했습니다. 대포항에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요. 처음 왔을 때는 여기저기서 난무하는 호객행위에 정신을 못 차리고 끌려 들어가 버렸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습니다. 우리 장인어른이 식당을 고르실 때, 정말 쿨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직진하시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거든요. 저도 제 아내에게 이렇게 하자고 이야기한 후 호객행위를 피해 가게 앞 2차선 도로 건너편을 걸으며 가게를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건너편을 가고 있는데도 저희를 보신 사장님들의 호객행위는 계속되더라고요. 그래도 조금은 거리가 있다 보니 거절은 비교적 쉬웠습니다. 그러던 중, 호객행위를 하지 않으시는 사장님이 보였습니다. 가만히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계셨고 저희를 향해 시선만 주셨죠. 저는 단번에 이 가게다 싶어 가족들을 데리고 그 사장님 쪽으로 향했습니다. 환하게 웃으시면서 저희를 반겨주셨어요.
    가게 반대편에 있는 수조에서 대게를 구경하며 좋은 놈으로 하나 골랐고, 무게를 잰 후에 자리로 돌아가서 추가로 골뱅이 무침을 주문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엄청 맛도 좋고 사장님은 아이들을 챙겨주시면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배려해 주셨고, 서비스로 전복 두 마리도 주셨습니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후, 대포항 가면 빼놓을 수 없는 튀김 골목도 갔습니다. 튀김 골목은 말 그대로 골목이라 호객행위가 눈앞에서 마구마구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드시고 가시라는 사장님의 가게를 선택해서 게 튀김과 오징어 튀김을 사 먹었습니다. 작은 게 튀김은 씹으면 뭔가 아플 것 같았는데, 부드럽고 과자 같아서 맛있었습니다.
    한 번 호텔로 돌아와 재정비한 후, 강원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속초 중앙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제 아내는 시장을 참 좋아합니다. 서울에서도 여기저기에 있는 이름난 시장부터 동네 시장까지 아이들과 자주 놀러 가기에 속초 여행 때, 중앙시장을 생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지요.
    여전히 차가 많고 주차하기 힘들었지만, 견뎌내며 주차를 마치고 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연휴 시기라 그런지 주말보다 1.5배는 많아진 사람들 사이사이로 비집고 다녀야 했지만, 꼬마김밥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철판 아이스크림, 그리고 닭강정을 맛볼 수 있기에 기꺼이 참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힘들지만 즐거워했던 시장 투어였습니다.

    미시령 옛길 밤 9시,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

    어느덧 여행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둘째 날 밤부터 내일이면 집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던 아이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더 있다 가면 안 되냐고 했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아빠는 내일 출근이야."라며 "다음에 또 여행 오자."라는 말로 달래 봅니다.
    바닷가에 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찍 체크아웃을 한 후 외옹치 해수욕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다른 해수욕장을 가볼까 해서 주변을 돌아봤지만, 외옹치 해수욕장이 주차도 편하고 가장 한적하더라고요. 이 날은 왠지 바닷바람이 너무 세서 잠시 바람 쐬는 정도로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울산바위를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조금 돌아가더라도 미시령 옛길로 한 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도 적극 찬성하더군요. 더운 날씨였지만 창문을 다 열고 정말 눈앞에 웅장한 울산 바위를 보며 미시령 옛길을 올랐습니다. 저는 운전하느라 곁눈질로 몇 번 밖에 못 봐서 아쉬웠습니다. 울산 바위를 가장 좋아하는 건 전데 말이죠.

    미시령 옛길을 차로 통과하다 보니, 몇 해 전 설악산 울산바위에 걸쳐 보이는 은하수를 보고 싶어 미시령 옛길을 찾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별을 촬영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스폿이라고 알고 찾아갔었는데, 서울 도심과는 달리, 아무런 빛도 없는 강원도 산골이라 별들이 너무 잘 보였습니다. 광활한 우주 앞에 마주 서 있는 느낌이 들어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눈앞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촘촘히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아는 별자리도 눈에 잘 들어와서 아이들한테 내가 아는 별자리를 알려주기도 하고, 별자리 앱을 켜고 금성, 목성 같은 행성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우리 네 가족은 도로에 앉아서 한참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왔었습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저는 흥분한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말했습니다.
    "다음에 여기에 또 오자"

    어떤 여행은 평범한 경험을 위한 여행이 되고, 또 어떤 여행은 특별한 경험을 위한 여행이 됩니다.
    저에게는 평범하거나 특별한 경험 모두가 힐링이 됩니다. 강원도를 자주 찾는 이유가 그래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