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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주월드 후기, '엄청 무서운데 엄청 재미있어'

쪄니의샘 2026. 8. 8. 12:05

목차


    “경주? 아빠! 경주 가면 경주월드에 드라켄 타러 가자!”
    경주 여행에 대한 계획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자마자 11살 아들은 드라켄을 타자고 했습니다.
    드라켄? 그건 무슨 놀이기구야?

    경주월드 드라켄 수직낙하 구간

    경주월드 드라켄, 아들의 버킷리스트

    11살 아들이 유튜브를 보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것 해보고 싶다. 저것 해보고 싶다며 생각날 때마다 이야기하던 상황에, 경주 여행이 결정되어 아이들한테 이야기했더니, 아들이 그 말을 듣자마자
    "경주? 아빠! 경주 가면 경주월드에 드라켄 타러 가자!"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게 뭐냐고 물으니 90도로 수직 낙하하는 놀이기구라며 유튜브에서 봤는데 타고 싶었다고 "내 버킷리스트야!"하더라고요.
    '경주랜드? 소규모 놀이동산인 것 같은데 타고 싶은 놀이기구가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경주 여행은 결정이 되어있는 상황이었고, 저도 놀이기구 타는 것을 상당히 좋아했기에 단번에 "그래, 경주월드 꼭 가자!"라고 말했습니다. 그 뒤로 경주로 출발하는 날까지 "드라켄, 흐흐 드라켄, 드라켄, 타고 싶다 드라켄"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드디어 경주월드 가는 날, 오전 개장하기 전 경주월드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수도권에 있는 놀이공원과는 사람 수에서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10시 개장에 9시 넘어서 도착했는데, 앞에 2~3팀 밖에 줄이 없었습니다. 분위기도 많이 달랐습니다. '역시 작은 놀이공원이구나, 여기에 그렇게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있다니, 사람이 없으면 그만큼 놀이기구도 많이 탈 수 있으니 오히려 잘됐다.'라고 생각하며 일단 기분이 엄청 좋았습니다. 그런데 10시에 가까워져 갈수록 주차장에 관광버스들이 계속 들어오더니, 초등학생 단체손님, 중학생 단체손님이 떼로 몰려오는 겁니다. 저는 속으로 '날을 잘못 잡은 것인가?' 했지만 방법이 있나요? 그냥 즐기는 수밖에 없죠.

    10시가 되자 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미리 예약해 둔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고 팔찌를 받은 후 재빨리 안으로 입장했습니다. 뒤따라 들어온 학생들도 입장하자마자 사방팔방으로 각자의 원픽 놀이기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환호하며, 빨리 가자며 뛰어가는 모습에 흐뭇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한참 좋을 때다. 얼마나 즐거울까'
    경주월드는 제가 실제로 가보니 놀이기구 퀄리티도 꽤 높았습니다. 그리고 시설도 깔끔하게 잘 되어있어서 간식을 사 먹을 때나, 점심을 사 먹을 때 불쾌하지 않았습니다. 제 기준에는 전국 놀이동산 중 상위권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곳이라 생각됩니다.

    드라켄 5번, '엄청 무서웠는데 엄청 재미있었어'

    몇 주 전부터 기대했던 놀이기구 '드라켄'에 드디어 줄을 섰습니다. 개장 직후인데도 몰려든 학생들에 일반인까지 겹쳐 줄이 꽤 길었습니다. '역시 인기 놀이기구이긴 한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 서기를 약 30분, 드디어 탑승하는 곳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냥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아들이 탑승구를 연신 바라보며 서서히 긴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 다음 순서야!"라며 설렘과 긴장이 섞인 표정으로 웃더라고요. 나도 오랜만에 타보는 놀이기구라 마음속이 설렘으로 가득 찼습니다.
    드디어 놀이기구에 앉아 안전바를 내리는 순간이 왔습니다. 긴 시간 줄 서서 기다렸던 인내가 해소되는 순간입니다. "으으, 아빠 이제 출발한다!" 몇 마디 안내방송을 끝으로 드디어 놀이기구가 출발해서 서서히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최고 높이에 다다랐을 때, 그리고 수직 낙하하는 지점에 잠시 멈춰있을 때에는 아들도 그 순간만큼은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밑으로 훅 곤두박질치며 떨어질 때는 소리도 지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타고난 후 어땠냐고 물어보니 "엄청 무서웠는데, 엄청 재미있었어."라고 대답하더군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이 표현이 딱 맞는 표현 같습니다. "또 타고 싶어?"라는 물음에 아들은 고민도 하지 않고 "응! 한 번 더!"라고 소리쳤습니다.
    저는 혼자 타기 아까운 스릴과 재미에 아내에게 드라켄을 같이 타보자고 설득했습니다. 아내와 딸은 놀이기구를 무서워합니다. 그런데, 이 놀이기구만큼은 같이 타보고 싶었습니다. 수직낙하의 스릴이 이렇게 짜릿하고 재미있는데, 왜 싫어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한 번 타보면 재미를 붙이거나, 학을 떼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설득을 했었던 것이죠. 그만큼 드라켄에 대한 재미는 보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재미있고 짜릿했었거든요. 네 가족이 함께 줄을 서면서, 막내딸에게는 잠시 타지 않고 기다리는 쪽으로 이야기를 해 두었습니다. 30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 순서가 왔습니다. 기쁨과 설렘의 마음으로 제일 앞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안전바를 내리고 있는 순간 뒤를 돌아보니 아내가 직원에게 뭔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그냥 안 탈게요. 그냥 내릴래요."
    제 몸이 고정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가서 타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미 제 몸은 안전바가 내려간 상태라 그냥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내와 딸은 내리는 곳에서 출발하는 우리를 배웅했습니다.
    아들은 탈 때마다 스릴을 만끽하며 '무섭지만 재미있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11살의 나이에 이 정도로 놀이기구를 타는 것 보면,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확실히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역시 내 아들 맞는구나' 싶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탄 유일한 놀이기구 '그랜드캐년'

    둘째 딸은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타 봤던 놀이기구가 360도를 두 번 돌자, 그 뒤로는 무서운 놀이기구는 절대 타지 않았습니다. 아들과 저는 드라켄을 타기 바빴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동안 두 팀을 나뉘어 따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중간 지점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는 같이 탈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함께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아들이 타고 싶어 하는 놀이기구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꽤 높은 높이에서 보트가 내려와 밑에 고인 물을 50m 정도 앞으로 날려버리는 강력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섬머린 스플래쉬'라는 놀이기구였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탈까 했지만, 역시나 딸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 무섭다며 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아내와 아들이 함께 타게 되었습니다.
    놀이공원 길을 따라 걷던 중 동그란 보트에 타고 거친 물길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딸이 반응했습니다. "어? 이거 뭐야? 이거 타고 싶어!"라며 흥분했습니다. 놀이동산에 놀러 왔는데, 무서운 것은 타기 싫고, 뭔가 타고 싶긴 했던 모양입니다. 바로 우리 가족은 우비를 구매해서 '그랜드캐년'을 즐기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20분 정도 기다린 후 우리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6인승이라, 다른 일행분과 함께 동그란 보트에 올라탔습니다. 엄청 거친 강물을 보트를 타고 내려가는 놀이기구였습니다. 물이 튀다가 보트 안으로 훅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저마다 소리를 질러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딸은 매우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타고난 후 소감은 "높은 데서 떨어지지 않아서 너무 좋았고, 물살이 재미있었다."라고 했습니다. 무섭지 않고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만나서 너무 기분이 좋아 보이는 딸이었습니다.

     

    서로의 취향이 달라 놀이공원 안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그랜드캐년을 함께 탄 순간은 저도 매우 행복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부모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음에 경주를 다시 찾을 생각인데, 경주월드는 아들과 저만 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