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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애써 침착하게 '이제 가면 또 언제 보나?'라며 덤덤하게 인사만 했습니다.
제 누나는 2002년 결혼 후, 캐나다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매형을 따라 바로 캐나다에 가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21년 만에 한국에서 만났습니다.

캐나다 이민 22년 차, 누나
2002년도에 결혼하고 그 해에 바로 캐나다로 떠난 매형과 누나를 22년간의 이민 생활 동안 딱 2번 만났습니다. 한 번은 2009년도 제가 이직을 위해 회사를 그만뒀을 때, 한 달간 캐나다 누나 집에 머물며 캐나다 여행을 다녔는데, 그때 누나와 조금 오래 함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2023년 부모님이 계신 전라남도 광양에서 누나를 만났고, 이때가 두 번째였습니다. 우리 부모님 댁은 집이 좀 좁아서, 어머니가 집으로 오는 것을 조금 꺼리십니다. 그래서 손자와 손녀 보여드리러 갈 때는 적당한 장소에 숙소를 따로 잡습니다. 이번 가족 모임은 누나가 광양 부모님 댁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도 겸해서 전라남도 여수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우리 가족의 이번 모임 장소는 광양에 있는 소문난 광양불고기 집이었습니다. 만나기로 약속한 시각에 늦지 않으려고 새벽에 서울 집을 출발해서 시간에 맞춰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해서 식당으로 들어가는데, 부모님보다 누나를 오랜만에 만난다는 생각에 긴장도 좀 되고 설렜습니다. 자리로 들어서는 순간 반전으로 누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자리에 앉으며 "누나는?"하고 묻는데 그 순간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누나가 룸으로 들어왔습니다. "오! 누나!" 반갑게 웃으며 불러봤지만 어색함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너무 오래 못 봐서 그런지 살짝 서먹서먹한 느낌이 생기더라고요. 누나는 날 보자마자, "너도 나이 먹었구나 이제. 안경을 쓰다니."라는 말과 함께 "어색하다. 야" 하면서 웃었죠. 아이들한테 "얘들아, 항상 화상통화로만 보던 캐나다 고모야. 인사해." 했더니, 아이들도 부끄럼을 타며 인사를 하더군요. 캐나다에 있는 매형과 조카들 안부도 물으며 식사했습니다.
가족 만남의 장, 화상 통화가 주지 못하는 것
부모님도 오랜만에 뵙는 거지만, 누나는 정확히 14년 만에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엄마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던 누나인데, 다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런 것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도 봤겠다, 겸사겸사 여수로 여행도 온 차에, 누나와 함께 여수 시내를 여행했습니다.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여수의 유명한 디저트 집에서 디저트도 사 먹고, 옷집에도 들어가서 어머니께 사 드릴 만한 옷 없나 함께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어머니 스타일의 옷은 찾지 못했어요. '뭘 또 샀냐'라고 잔소리를 듣더라도 옷 한 벌 사드리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누나가 조카들한테 맛있는 것을 사주기도 하고 서로 깔깔대고 웃으며 보내는 시간이 현실이 맞나 싶은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같은 한국에 살면서 가끔 가족끼리 만나 같이 놀고 시간 보내고, 식사도 하면서 친척끼리 친분도 쌓고 하는 게 정상인 것 같은데, 가족이 이렇게 떨어져서 못 보고 사는 것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나마 시대가 변해, 화상 통화로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지만, 화상 통화는 딱 거기까지잖아요? 사람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화상 통화로는 절대로 그와 동일한 교감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 어머니가 항상 그런 말씀을 하세요. "화상으로 통화하면 되지, 뭐 하러 먼 길 힘들게 오니."라고 하시면서 찾아뵙겠다는 것을 백이면 백 극구 말리십니다.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직접 만나지 않으면 친밀감이 쌓일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통화는 일단 길게 하지 않잖아요. 전화라는 것이 보통 그렇듯이 용건이 끝나면 이내 끊게 됩니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시간을 보내면, 같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하기도 하고, 아무 말 없이 함께 걷기만 해도 친밀감이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조금 더 자주 만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09년 캐나다에서는 동생이 눈치가 없었다
우리 누나는 2026년 현재, 만 51세예요. 아들 셋을 키우고 있는데, 첫째가 벌써 21살, 대학생이고 둘째가 19살, 셋째가 13살이에요. 그 먼 곳에서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아들' 셋을 키워낸 대단한 사람입니다.
2009년도 1개월간 캐나다에 여행 갔을 때, 여행 기간을 제외하고 누나네 집에서 지냈었습니다. 그때는 조카들이 모두 꼬마일 때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알레르기가 있는 첫째 아들을 위해 집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먹이는 것이었어요. 그날은 매형과 누나 그리고 조카들과 외식하기로 했는데, 외식하러 나가기 전에 누나가 아들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로 아들이 먹을 요리를 따로 만드는 겁니다. 외식은 나가서 식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에서 요리하지 않아도 되고, 설거지도 필요 없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인데, '외식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 정말 번거롭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알레르기가 있어서 아무것이나 먹지 못하는 조카도 참 안 됐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 되면 아들 셋을 목욕시킵니다. 까불이 삼 형제를 하나씩 다 씻기고 녹초가 돼서 나오는 누나가 기억나요.
누나는 항상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매일 저녁 이렇게 씻긴다. 힘들어 죽겠다"라고요.
'이런 말을 듣고도 누나를 도와주지 않았던 2009년의 나야. 너 정말 눈치 없다.'
그때는 내가 결혼하기 전이고 육아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어서 잘 몰랐었거든요. 지금의 나였으면 조카들 목욕을 이 삼촌이 맡아서 했을 텐데 말이죠. 지금에 와서 누나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누나, 그땐 내가 눈치 없이 굴어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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