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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공항에 도착하자, 렌터카 담당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새벽 1시에 담당자로부터 렌터카를 인계받고 깜깜한 밤길을 달려 리조트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푸껫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우핸들과 좌측통행, 일본에서의 운전 경험이 살렸다
우리 부부가 결혼한 이듬해 여름, 출산을 앞둔 아내를 위해 출산 전 마지막 해외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여행지는 태국 푸껫이었습니다. 푸껫에서 우리가 선택한 숙소는 만다라바리조트라는 고급 리조트였습니다. 리조트에서의 수영과 힐링도 좋지만, 태국 음식에 사족을 못 쓰는 우리 부부는 리조트에서 자유롭게 올드 타운이나 빠통으로 다닐 수 있는 수단을 고민하다가 차를 렌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라 렌터카를 잘 인계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다행히 그 시간까지 담당자가 우리를 기다려줬습니다. 우리는 사무실로 가서 자동차 렌트를 위해 절차를 밟았습니다. 드디어 우리는 일본산 미쓰비시 소형차를 인계받았습니다. 담당자와 차량 표 편 검수를 간단히 마친 후, 우리는 각각 운전석과 조수석 문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차 오른쪽 조수석 쪽으로, 그리고 저는 차량 왼쪽 운전석으로 가서 문을 열었는데, 핸들이 없었습니다. '응?'하며 순간 차 지붕 너머로 아내와 저는 황당한 표정을 한 채 눈이 맞았고 순간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담당자를 쳐다보니 담당자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고 있었습니다. 차량은 우핸들 차량이었습니다. 태국은 우핸들에 좌측통행하는 나라였던 것입니다. 그 새벽 시간에 사무실에 웃음소리가 퍼졌고, 우리는 웃으며 태연한 척 자리를 바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습니다. 담당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캄캄하고 조용한 낯선 나라의 도로를 달려 만다라바리조트로 향했습니다.
사실 저는 일본에 살면서 운전을 경험했었기 때문에 우핸들이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죠. 만약 그때가 첫 우핸들 운행이었다면 운전할 때 차량의 감각이나, 좌측통행을 착각해서 중앙선을 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 긴장이 많이 되었을 텐데, 저는 그런 걱정은 없이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귀국한 지 3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기에, 운전에는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찜통더위 속 천국이 된 렌터카
태국 날씨는 30도 위로 올라간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태국의 한낮에 거리를 걸어보니 태양이 엄청 뜨거워서 체감온도는 훨씬 높은 것 같았습니다. 요즘이야 36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 시대지만, 12년 전은 달랐습니다. 태국 푸껫의 6월 낮 기온이 31~32도였으니까요. 이런 찜통더위 속에서 강렬한 자외선을 피할 곳은 얼마 없었습니다. 그중에 우리 마음대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풍향도 조절할 수 있는 렌터카 안은 그야말로 천국이었습니다. 주차나 정차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서 차를 타고 여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발이 되어줄 차를 믿고 여러 가지 일정을 잡았습니다. 둘째 날, 우리는 우선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소문난 마사지 가게로 향했습니다. 동남아에 가면 역시 마사지를 받아야 제맛 아니겠습니까? 골목골목을 찾아 마사지 가게에 도착했고, 사장님의 도움으로 가게 앞에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임신 중이었기에 임산부를 위한 편안한 마사지를 받았고 저는 그냥 일반 마사지를 받았는데, 막 들고 당기고 비틀고 하는 바람에 아플 때는 엄청 아파서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부부와 마사지사분들이 함께 깔깔 웃으며 즐겁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몸은 조금 아프긴 했지만, 마음은 평온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훌륭한 시간을 우리 부부에게 선물해 준 마사지 가게 직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니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사지 가게를 출발해 빠통 비치 근처에 있는 식당가를 찾았습니다. 우리나라랑 다르게 문이 없고 전면 개방형으로 된 식당들이 줄지어있었습니다. 그중 한 곳을 찾아 들어가니, 사장님이 웃으며 반겨주셨습니다. 한국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먹어야 했던 태국 음식이 현지에 오니 이렇게 싸고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같이 모닝글로리, 팟타이, 솜땀, 똠얌꿍, 파인애플 볶음밥, 땡모반 등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우리 일정 중에 현지인들의 맛집을 찾아가 보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모르는 곳이었기에 구글맵을 열어놓고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해 봤지만 제대로 안내해 주지 못해 헤매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길거리에 한 상인분께 말을 걸어 지도를 보여주며 길을 물었고, 상인의 안내로 어렵게 그 식당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식당에 도착했을 땐 해가 지고 있었죠. 그래도 우리가 가려던 식당을 잘 찾아왔다는 기쁨이 커서 하이 파이브를 하고는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불을 환하게 켜놓고 영업을 하고 계셨고, 식당은 허름하고 당연히 개방형으로 사방이 열려있었죠. 현지인의 맛집답게 가격이 다른 곳보다 더 저렴했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시키려고 간 곳이었는데 순간 소심해진 우리는 "이것도 시켜볼까?", "아, 너무 많을 것 같은데? 다 못 먹을 것 같아" "맞아 두 개만 시켜도 충분할 것 같아. 저것도 궁금하긴 한데 아쉽다."라고 하면서 결국 딱 두 가지 요리와 애피타이저만 시켰습니다.
정말 맛있었고, 그것도 배부르게 먹고 나왔지만, 그곳을 떠나고 보니 사람들이 맛있다고 했던 그곳의 요리를 다 먹어보지 못하고 와서 너무 아쉽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이 끝나고도 항상 생각합니다. "푸껫 가격으로 정말 몇천 원도 안 하는 음식인데, 조금 남기더라도 먹고 싶었던 것을 다 시킬걸" 하면서 엄청나게 후회했습니다. 10년이 넘은 지금도 음식점에 가서 메뉴를 고를 때, 그때를 회상하며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모든 사건이 돌아보면 추억, 일희일비하지 말자
태국 푸껫에서의 일정을 하루하루 소화하고 리조트로 돌아가 실링팬을 틀어놓고 침대에 누우면 정말 행복했습니다. 리조트는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웠으며, 힐링하기에 정말 좋은 컨디션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아내가 잠을 자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냉장고 옆을 바르게 지나가는 시커먼 바퀴벌레를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못 봤으면 좋았을 걸 말이죠. 그날 이후로 편안해야 할 리조트에 들어와서도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엎치는 데 덮친 격으로 다음 날 시내 마트 구경을 갔을 때, 커다란 상자에 가득 담겨있는 알이 굵은 감자를 하나 집어 올리며 "와, 감자 실하네."라고 하는 순간, 감자 밑에 숨어있던, 커다랗고 시커먼 바퀴벌레들이 삭삭 밑으로 숨는 장면을 또 목격해 버린 겁니다. 소리를 지르는 아내를 데리고 얼른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임신 중인데 이런 장면에 놀라기까지 해서 태아에 좋지 않을까 봐, 서둘러 그 슈퍼마켓을 빠져나와 다른 여행지로 향했습니다. 그때의 그 장면은 저한테도 굉장히 충격이어서 그 이후 푸껫 여행을 떠올릴 때면 싫지만 항상 그 장면이 함께 떠오릅니다.
그렇게 태국 푸껫 여행 일정을 마무리하고 어느덧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밤 비행기로 귀국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시내에서 마지막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한 후 렌터카 사무실로 가서 차를 반납하는데, 시동을 틀어본 직원이 기름이 한 칸 줄었다고 하는 겁니다. 렌터카 반납 조건은 기름을 가득 채워서 반납하는 조건이었는데, 기름을 가득 채웠다는 것은 자동차 계기판의 기름 바늘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죠. 저희는 시내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앞에 보이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주유했었고, 이후 공항까지 들어가는 중에 기름 게이지가 줄어들까 조마조마했던 것을 기억하기에, 기름 바늘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시동을 껐었는데, 직원이 시동을 켜고 이것저것 점검하다가 우리에게 보여준 기름 바늘은 확실히 더 내려가 있었습니다. 조작이 의심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러면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에 다녀오던지, 여기서 300밧을 내라는 겁니다. 저는 순간 '이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사기를 치는 것인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 반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Full인 상태로 도착했다. 그런데 왜?"라고요. 하지만 반박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막무가내로 버티며 시간을 끌고 있었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300밧을 직원에게 내고 투덜대며 공항으로 들어왔습니다. 우리 여행의 마지막이 이렇게 안 좋은 기억으로 물들어버리는 것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사실 300밧은 큰돈이 아닙니다. 그냥 깔끔하게 돈을 내고 올 수도 있었지만, 당시에 우리는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에 그것이 억울했던 것이죠.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차 덕분에 우리 너무 행복한 여행을 했고, 좋은 기억 많이 만들었으니 됐다."라고요.
아내와 함께했던 태국 푸껫 여행은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여행에서는 아쉬움이 남기에 마련이지만, 경험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말고, 원 없이 경험하고 오자는 신념이 생겼습니다. 이제 우리 부부에게는 12살 아들과 10살 딸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도 태국을 경험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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