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천재적인 데뷔작 《메멘토》는 파격적 이게도 이야기의 최종 결말을 첫 장면에 당당히 배치한 채, 시간의 태엽을 거꾸로 돌려가며 서사를 전개하는 기묘한 방식을 취합니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20분쯤 지나고 나서야 스크린 속 화면이 저를 어느 기괴한 방향으로 데려가려 하는지 겨우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본의 각본을 온전히 이해하는 순간부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단 한순간도 시선을 스크린 밖으로 돌릴 수 없었습니다.비선형 서사 구조가 만들어낸 심리 실험영화 《메멘토》의 가장 독보적인 특징은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풀지 않고 현재와 과거, 혹은 결과와 원인을 정교하게 뒤섞어 배치하는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회사 업무 중에 익명 커뮤니티의 악플과 루머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주치다 보면 둔감해질 것 같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손가락 끝 하나로 한 사람의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은 오랜만이었거든요.익명 뒤에 숨은 사이버불링, 어디서부터 시작됐나영화는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세상을 떠난 여고생 지은의 죽음에서 출발합니다. 표면적으로는 학교 내 왕따처럼 보였지만, 사건의 뿌리는 온라인에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추행 피해를 당한 지은이 가해자를 신고해 실형을 받아냈음에도, 정체불명의 계정이 커뮤니티에 등장해 지은을 꽃뱀으로 몰아가기 시작한 거죠.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라는 보이지 않는 칼날 뒤에 숨어 타인의 일상을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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