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영화는 결국 좀비가 무서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셨나요?저는 《부산행》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을 완전히 버렸습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안에서 펼쳐지는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감염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제가 보기엔 그것보다 훨씬 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가 이 영화의 진짜 무게입니다.한국형 좀비가 새로웠던 이유: 장르 문법과 사회 현실의 충돌좀비라는 캐릭터는 1954년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에서 원형이 만들어진 이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작품들을 거치며 하나의 독립적인 서브 장르(Sub-genre)로 자리 잡았습니다. 공포나 SF 같은 거대 장르의 그늘 아래서 좀비물은 자신만의..
극장에서 나오는 길에 앞사람이 혼잣말로 "이게 뭐야"를 중얼거리는 걸 들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기분이었습니다. '28일 후'와 '28주 후'를 좋아했던 팬으로서 솔직히 말하면, '28년 후'는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영화입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시리즈 전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리해 봤습니다.28년이라는 시간이 만든 세계관 — 배경과 설정영화의 배경은 영국 북동부 해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홀리 아일랜드(Holy Island)입니다. 조수간만의 차로 하루 두 번만 육지와 연결되는 이 섬의 지리적 특성을 그대로 가져온 설정인데, 저는 이 부분만큼은 꽤 영리하다고 느꼈습니다. 육지와 단절된 섬이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고립감은 전작들이 활용하던 텅 빈 도시의 공포와는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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