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가 개봉한 지 올해로 꼭 23년이 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복수극이라는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가 한 인간을 어떻게 괴물로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심리 마스터피스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한 심층 분석입니다.이우진의 복수 구조: 15년짜리 서사 설계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지점은 복수의 설계 방식입니다. 이우진은 오대수를 15년간 감금한 뒤 단순히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풀어준 순간부터 진짜 복수를 시작합니다. 오대수가 자유의지로 선택했다고 믿는 모든 행동이 사실은 이우진이 짜놓은 각본 안에 있었다는 것, 그게 이 영화 서사 구조의 핵심입니다.영화에서 이우진이 오대수에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형사물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순간 멜로 영화를 본 것 같은 잔상이 온종일 지워지지 않았거든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고도, 가장 지독하고 파괴적인 감정의 무게를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얹어놓은 작품입니다.수사극이 멜로가 되는 순간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처음 30분은 분명히 범죄 수사물이었습니다. 변사자 기도수의 추락 사망 사건, 산 정상에서 시작되는 현장 조사, 소지품에 새겨진 'KDS' 이니셜과 위스키. 형사 해준은 이 조각들을 꼼꼼하게 맞춰가며 기도수가 소유욕이 강한 인물이었음을 읽어냅니다. 그런데 서래를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손등의 밴드, 어설픈 한국어 속에 불쑥 튀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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