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심심풀이로 틀었다가 끝나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돈 룩 업(Don't Look Up)》입니다. 처음에는 흔한 할리우드식 SF 재난물인 줄 알았는데, 막상 스크린을 채운 서사를 보고 나서 밀려오는 감정은 공포보다 뼛속 깊은 서늘한 기시감에 가까웠습니다. 화면 속 떨어지는 혜성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를 그대로 베껴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미디어 의제설정과 확증 편향이 만들어낸 집단적 실패영화는 천문학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민디 교수)와 제니퍼 로렌스(케이트)가 지구 충돌 혜성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문을 엽니다. 과학적으로 지구 멸망 확률이 99.9%에 달하는 명백한 사실을 가지고 대통령이 있는 백악관으로 향하지만, 그들에게..
30년간 전 세계에 생방송된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 자신의 삶 전체가 연출이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다면 어떨까요. 수년 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설정 하나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최근 다시 꺼내 보면서, 단순한 SF 설정이 아니라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달에서도 보이는 세트장, 씨헤이븐의 세계관트루먼 쇼의 무대는 씨헤이븐(Seahaven)이라는 가상의 도시입니다. 달에서도 식별 가능하다고 설정된 초대형 돔 구조물 안에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들어 있는 셈이죠. 제가 이 설정에서 가장 충격받은 부분은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트루먼이 느끼는 감정이 전부 진짜라는 점이었습니다.영화 속 총감독 크리스토프는 트루먼이 태어날 때부터 이 쇼를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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