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영화는 결국 좀비가 무서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셨나요?저는 《부산행》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을 완전히 버렸습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안에서 펼쳐지는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감염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제가 보기엔 그것보다 훨씬 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가 이 영화의 진짜 무게입니다.한국형 좀비가 새로웠던 이유: 장르 문법과 사회 현실의 충돌좀비라는 캐릭터는 1954년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에서 원형이 만들어진 이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작품들을 거치며 하나의 독립적인 서브 장르(Sub-genre)로 자리 잡았습니다. 공포나 SF 같은 거대 장르의 그늘 아래서 좀비물은 자신만의..
솔직히 처음 설국열차를 봤을 때, 저는 이걸 그냥 액션 영화로만 소비했습니다. 칸을 하나씩 뚫고 나가는 장면이 워낙 강렬해서, 그 뒤에 숨겨진 구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두 번, 세 번 다시 보면서 이 열차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기차는 하나의 사회였고, 그 사회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꼬리칸은 왜 존재하는가 — 계급구조의 진짜 목적설국열차에서 꼬리칸 사람들은 애초에 티켓을 구매하지 않은 무임승차자입니다. 그럼에도 윌포드는 이들에게 공간과 음식, 심지어 직업까지 제공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단순한 인도주의적 조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릅니다. 꼬리칸의 존재는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습니다. 열차의 ..
명작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영화가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반지하와 저택이라는 극단적인 공간의 대비로 자본주의 계급 사회의 속살을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엔 단순한 가족 코미디인 줄 알고 틀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공간적 상징이 말하는 것기생충을 보면서 제일 먼저 압도됐던 건 공간이었습니다.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 박 사장 가족이 사는 언덕 위 저택, 그리고 아무도 몰랐던 지하 벙커. 이 세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계층 구조를 그대로 시각화한 장치입니다. 기택의 반지하와 박 사장의 저택은 인물의 사회적 위치와 심리적 고립을 시각화하는 공간적 상징주의(Spatial Symbolism)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높은 곳과 낮은 곳이라는 물리적 구도는..
힘든 삶을 견디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냥 웃는 것이라고 생각하신 적 있습니까?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조커'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웃음으로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어떤 결말을 부르는지, 이 영화는 두 시간 내내 서늘하게 보여줍니다.아서의 심리적 변화, 어디서부터 무너졌나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과정을 단순히 한 개인의 광기로만 읽으면 영화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서의 '춤'이었습니다. 그 춤은 기쁨의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집단 폭행을 당한 날도, 직장에서 해고된 날도, 처음 살인을 저지른 날도 아서는 춤을 췄습니다.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죠. 영화는 아서의 심리 붕괴를 설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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