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완벽한 판단을 내린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8명 전원을 살려낸 기장이 되레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조만간 네 식구가 함께 동남아시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을 앞두고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그 질문이 결코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영하 20도의 허드슨강 착수, 그 35초의 선택2009년 1월 15일, US에어웨이즈 1549편이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직후 캐나다기러기 떼와 충돌했습니다. 양쪽 엔진이 동시에 멈추는 듀얼 엔진 플레임아웃(Dual Engine Flame-out)이 발생한 것입니다. 하늘에서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이 절망적인 상황은 민간 항공 역사상 유례없는 비극의 서막이었습니다.40년 경력의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는 ..
쌓여 있는 업무 메일함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예상치 못한 문제에 피로가 온몸을 덮는 밤이 있습니다. 유독 세상이 나를 밀어내는 것 같은 그런 날, 우연히 마주한 10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하나가 저를 멈추게 했습니다. 바로 《호두 아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글은 그 10분이 남긴 짙은 여운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 아쉬움까지 함께 담았습니다.애니메이션 리뷰: 감동의 구조와 한계저도 처음엔 그저 짧은 동화 영상이겠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던 친구를 위해 작가가 정성을 다해 빚어낸 이야기라는 배경을 품고 있습니다. 그 제작 의도를 알고 나니 화면 속 호두 아이의 떨리는 어깨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습니다.주인공이 안온한 일상을 떠나 시련을 겪으며 성장한 뒤 다시금 자신의 세계로 ..
동남아시아 휴양지 가족 여행을 앞두고 틈틈이 일정을 짜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영화인데, 카리브해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조난과 협박 사건이 한낱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아버지가 가족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담은 2017년 범죄 스릴러 '익스토션', 초반의 긴장감만큼 후반이 따라줬는지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카리브해 무인도, 평화가 지옥으로 바뀌기까지저도 처음엔 그냥 흔한 휴가 재난 영화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화면 속 풍경이 제가 예약해 둔 보홀의 바다와 너무 닮아 있어서 긴장감이 두 배로 밀려왔습니다. 의사 케빈은 아들을 위해 빌린 보트로 파리의 카리브해 휴양지 인근 무인도를 찾습니다. 잔잔한 바다, 백사장, 아이의 웃음소리까지 전형적인 가족 여행의 행복한 도입부입니다...
직장 생활이 유독 버거운 날이면 저는 전쟁 영화를 찾게 됩니다. 저도 왜 그런지 처음엔 몰랐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 극한의 생존 서사가 묘하게 위안이 되더군요. 2020년 공개된 실화 기반 전쟁 영화 아웃포스트는 그런 날 밤 우연히 틀었다가 끝까지 놓지 못한 작품입니다.사방이 막힌 전초기지, 그 구조적 절망영화의 배경인 캄데쉬 전초기지(2009년 당시)는 아프가니스탄 누리스탄 주의 산악 지형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적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봉쇄하기 위해 전선 최전방에 박힌 가시 같은 존재, 즉 COP(Combat Outpost)인 캄데쉬 기지는 그 위치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기지가 해발 수천 미터의 산봉우리들에 완전히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지형에 세워졌다는 점입니다. 적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저 흔한 대학생 공포물이겠거니 하고 틀었다가, 인적 드문 시골 국도에서 타이어 하나가 터지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에 묘하게 등골이 오싹해지더군요. 저도 차를 꽤 아끼는 편이라, 단순한 타이어 펑크가 생사를 오가는 판으로 바뀌는 설정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저격수와 벌이는 처절한 생존 게임, 영화 사정거리 이야기입니다.타이어 펑크 하나로 시작되는 극한 상황 설정저도 처음엔 그냥 봤는데, 오프닝 장면이 생각보다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여섯 명의 남녀가 시골길을 달리다 타이어 펑크를 겪고, 비상 타이어로 교체하던 중 탄피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탄피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 이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정말 그런가요?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제 업무 특성상 출시일 이후는 며칠씩 혼자 데이터만 들여다보는 생활이 반복되는데, 어느 순간 그 고립이 편함인지 마비인지 구분이 안 되더군요. 영화 ‘어느 고독에 대한 기록(Solitude)’은 바로 그 지점을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찌릅니다.고독: 목장을 떠난 노인의 빈자리군나르는 아이슬란드 시골 목장을 수십 년 동안 지켜온 노인입니다. 공무원의 도움으로 그 땅을 정리하고 도시로 올라오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직접 영상을 보면서 이 부분에서 가장 먼저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정들었던 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그의 뒷모습은 말 한마디 없이도 충분히 무거웠습니다.오랫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공간이나 관계를 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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