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라고들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 질문이 영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매일 게임 퍼블리싱 일정에 치이고 티스토리 블로그 애드센스 수치에 일희일비하던 제 일상이, 붉은 모래바람 속 그 남자의 고독과 묘하게 겹쳐 보였거든요.화성에서 감자를 키운다는 것의 진짜 의미일반적으로 SF 생존 영화라고 하면 극한의 공포와 심리 붕괴를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 《마션》은 그 기대를 보기 좋게 비껴갑니다. 마크 와트니는 31솔(sol) 임무를 위해 준비된 거주지에 홀로 남겨집니다. 지구의 하루보다 약 37분 더 긴 화성 고유의 시간 단위인 솔(sol)이 300번 넘..
인공지능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사랑은 가짜일까요? 저는 영화 그녀(Her)를 처음 봤을 때 이 질문을 비교적 가볍게 던졌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매일 손에 쥐고 사는 기기들 속에서, 어느 순간 진짜 온기를 찾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공감지능이라는 개념이 흔들어 놓은 것영화 속 운영체제 사만다는 단순한 음성 비서가 아닙니다. 사만다는 대화 상대의 미세한 감정 신호를 인식하고 그에 맞춰 최적의 반응을 돌려주는 공감지능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를 넘어, 감정적 맥락 안에서 테오도르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만다가 테오도르의 하드 드라이브..
IQ가 75밖에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을 세 번 만나고, 전쟁 영웅이 되고, 억만장자가 될 수 있을까요? 보통은 말도 안 된다고 웃어넘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웃기는커녕,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인물이 제 안에 뭔가를 건드린 것 같았거든요.경계성 지능과 달리기, 그가 세상과 싸운 방식포레스트는 지적 장애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학습과 일상에서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 경계성 지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세상은 그에게 출발선부터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죠. 척추 측만증까지 겹쳐 보조 기구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아이였습니다.그런 아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온몸으로 싸웠던 어머니의 태도가 인..
영웅은 완벽한 판단을 내린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8명 전원을 살려낸 기장이 되레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조만간 네 식구가 함께 동남아시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을 앞두고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그 질문이 결코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영하 20도의 허드슨강 착수, 그 35초의 선택2009년 1월 15일, US에어웨이즈 1549편이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직후 캐나다기러기 떼와 충돌했습니다. 양쪽 엔진이 동시에 멈추는 듀얼 엔진 플레임아웃(Dual Engine Flame-out)이 발생한 것입니다. 하늘에서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이 절망적인 상황은 민간 항공 역사상 유례없는 비극의 서막이었습니다.40년 경력의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는 ..
쌓여 있는 업무 메일함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예상치 못한 문제에 피로가 온몸을 덮는 밤이 있습니다. 유독 세상이 나를 밀어내는 것 같은 그런 날, 우연히 마주한 10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하나가 저를 멈추게 했습니다. 바로 《호두 아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글은 그 10분이 남긴 짙은 여운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 아쉬움까지 함께 담았습니다.애니메이션 리뷰: 감동의 구조와 한계저도 처음엔 그저 짧은 동화 영상이겠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던 친구를 위해 작가가 정성을 다해 빚어낸 이야기라는 배경을 품고 있습니다. 그 제작 의도를 알고 나니 화면 속 호두 아이의 떨리는 어깨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습니다.주인공이 안온한 일상을 떠나 시련을 겪으며 성장한 뒤 다시금 자신의 세계로 ..
동남아시아 휴양지 가족 여행을 앞두고 틈틈이 일정을 짜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영화인데, 카리브해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조난과 협박 사건이 한낱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아버지가 가족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담은 2017년 범죄 스릴러 '익스토션', 초반의 긴장감만큼 후반이 따라줬는지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카리브해 무인도, 평화가 지옥으로 바뀌기까지저도 처음엔 그냥 흔한 휴가 재난 영화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화면 속 풍경이 제가 예약해 둔 보홀의 바다와 너무 닮아 있어서 긴장감이 두 배로 밀려왔습니다. 의사 케빈은 아들을 위해 빌린 보트로 파리의 카리브해 휴양지 인근 무인도를 찾습니다. 잔잔한 바다, 백사장, 아이의 웃음소리까지 전형적인 가족 여행의 행복한 도입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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